“매일 휴대전화 보던 아들에 이런 일이” 충격…‘부모론’ 작업까지 했다니 [저격]

권선미 기자(arma@mk.co.kr) 2024. 3.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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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합뉴스]
[저격-18회] 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청소년 도박 중독 진료 현황’에 따르면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은 19세 미만의 청소년 수는 2017년 39명에서 2021년 127명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스트리밍 사이트나 불법 웹툰 사이트 등에서는 배너 광고 또는 가입 정보를 활용해 스팸 메일 등을 보내 이용을 유도하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들은 도박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온라인 불법도박 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17년 503건에서 2021년 1242건으로 5년만에 약 3배 증가했습니다.

상담을 요청한 청소년의 대부분은 “부모님이 몰라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더 이상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 치료 상담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담이 필요한 청소년들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박 중독 청소년들은 성매매, 디지털 성범죄, 보이스 피싱, 마약 등 2차 범죄 및 추가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 대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부모님 몰래 도박 빚을 갚거나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차 범죄 및 추가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료=연합뉴스]
도박 청소년 대상 ‘작업 대출’ 성행
고등학생 김 모 군은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도박을 해 하루에 수십만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판돈을 크게 걸지 않았지만 운 좋게 하루에 100만원을 딴 이후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용돈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베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잃는 돈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결국 김 군은 돈을 빌려준다는 학교 선배를 소개받았습니다.

그 선배는 비슷한 또래 아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받는 속칭 ‘작업대출’로 돈벌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김 군은 일주일에 원금의 50%를 이자로 내는 조건으로 20만원을 빌렸습니다.

선이자 10만원을 떼고 김 군이 당시 손에 쥔 돈은 10만원이었습니다.

10만원은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선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몇 달 만에 갚아야 할 돈이 200만원까지 늘었습니다.

[자료=연합뉴스]
청소년 작업대출 전주(錢主)는 청소년
청소년들은 소액의 용돈으로 도박을 시작합니다. 용돈이 바닥나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돈을 타고, 그 후에는 주위에서 돈을 빌리거나 도박 비용을 마련하려고 범죄를 저지릅니다.

이처럼 돈에 목마른 도박 중독 청소년을 표적으로 한 불법 대출을 ‘작업대출’이라 합니다.

고리의 이자를 받는 불법 대부업자라고 하면 흔히 조직폭력배를 낀 전문 고리대금 업자를 떠올리지만, 작업 대출의 전주는 대부분 청소년입니다.

학교 등에서 또래 아이들을 소개받아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에 광고를 내고 돈이 급한 청소년들을 유혹합니다.

주로 십만원 단위의 소액을 빌려주는데 이자율은 대략 1주일에 60%입니다.

대부업법이 정한 최고 이자율 연 24%는 이들에게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합니다.

보통 30만원을 빌려주고 일주일 뒤 50만원을 받는데, 청소년들은 이 대출을 ‘3050 대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작업 대출의 고객이었다가 어느 순간 돈을 빌려주는 전주가 되기도 합니다.

도박 비용 마련을 위해 ‘돈놀이’에도 손을 대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정 모(17) 군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작업 대출을 해주고 빚 독촉을 하다가 경찰서에 불려 다닌 경험이 있습니다.

정 군은 “작대(작업대출)를 몇 개 돌리고 이자와 원금을 갚으라고 하자 그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다. 20만원을 빌려주고 한 달 뒤 1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며 “결국 우리 부모님과 그 친구 부모님이 합의해 해결했다”고 전했습니다.

회원 수만 명 SNS 도박 대출 그룹 성행
청소년에게 도박 비용을 빌려주는 불법 대출은 SNS와 도박 사이트 등에서 성업중입니다.

SNS에서 ‘작업 대출’, ‘3050 대출’, ‘청소년 대출’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십여 개의 대출 관련 그룹이 검색됩니다.

각 그룹의 회원 수는 최소 수십 명에서 많게는 1만여 명에 이릅니다.

회원 수 1만4000여 명의 대출 SNS 그룹은 미성년자가 돈을 빌리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 대부업자들이 댓글로 각자의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댓글을 단 이에게 대출 문의를 하자 부모님의 신분증, 휴대전화 인증번호, 계좌 번호,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불법 대부업자들이 요구하는 개인 정보는 추후 빚 독촉 때 사용되기도 하고 거액의 불법 대출에 악용되기도 합니다.

개별적으로 접촉한 한 불법 대부업자는 비밀 보장이 되고 부모에게는 알리지 않는다는 말로 안심을 시키면서 개인 정보를 제공하면 수천만원 대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습니다.

[자료=연합뉴스]
‘부모론’ 함정에 빠지는 청소년들
부모론(아빠론·엄마론)에서 ‘론(loan)’은 대출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존에 ‘부모론’은 부모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용돈을 받는 뜻으로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부모론’, ‘아빠론’, ‘엄마론’은 아버지와 어머니 명의로 청소년이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청소년들은 SNS 등에서 대출 광고를 보고 부모론을 대출해주겠다는 이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주로 청소년에게 부모 신분증과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를 넘겨주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광고입니다.

고등학생 A군은 100만원을 빌려준다는 말을 믿고 부모의 신분증과 휴대전화 정보를 줬다가 부모의 통장에서 100만원이 빠져나가는 일을 겪었습니다.

즉,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닌 부모의 통장에서 돈을 빼서 보내주는 수법이었던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부모 통장의 나머지 돈도 다 빼간다는 겁니다.

심지어 부모 명의로 마이너스통장까지 개설해 대출을 하기도 합니다.

또 업자들은 친절하게 상담을 하고 돈을 빌려주지만,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험악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갑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 대출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등본과 부모님의 개인정보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A씨는 “대부업자는 곧바로 부모에게 도박한 사실을 알리겠다며 계약 때 찍어둔 주민등록증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거나 집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A씨는 “내가 갚은 도박 빚은 수천만원 정도지만 대출을 많이 받은 또래 중에는 빚이 억대에 이르는 경우도 봤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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