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한미연합연습 종료…북, 절제된 대응

KBS 2024. 3. 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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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러시아가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국가 기밀을 수집해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 넘겼다는 건데, 이 선교사는 다양한 사업을 하며 탈북민들의 구출 활동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기자와 일본 외교관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적이 있는데,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놓고 러시아가 이 사건을 외교 압박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이런 견해도 내놓습니다.

탈북 지원 활동을 한 선교사라고 알려진 만큼, 밀월 관계인 북한에 협조하고 있다는 뜻이 이번 조치에 담겨 있다라는 겁니다.

3월 셋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한미 군 당국의 정례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 연습이 지난 14일 마무리 됐습니다.

한미연합연습 때마다 수위 높은 위협과 도발을 일삼던 북한은, 올해에는 비교적 잠잠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대신 김정은 위원장 참관 하에 재래식 무기의 성능을 점검하며 전쟁 준비 의지를 과시했습니다.

북한이 한미연합연습에도 과거와는 다른 대응 수준을 유지한 이유,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신형 탱크 위로 헬멧을 쓴 채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이 직접 조종석에 들어가 전차를 운전하고 내리자 탱크병들이 열화와 같이 환호하고, 인간탑을 쌓아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지난 13일 김 위원장이 제105 탱크사단을 현지지도했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입니다.

[조선중앙TV/3월 14일 : "신형 주력 탱크가 매우 우수한 타격력과 기동력을 훌륭히 보여준 데 대하여서도 만족을 금치 못하시면서 우리 군대가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탱크를 장비하게 되는 것은 크게 자부할 만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북한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탱크를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 실전 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열병식 때와 달리 차체 주변에 장갑을 추가해 방어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한미연합연습 기간 미사일 발사 등으로 반발해왔던 북한은, 올해에는 연합연습과 비슷한 유형의 훈련을 진행하며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우리의 GP 돌파를 상정한 기동 훈련에 나섰고, 이튿날에는 자주포와 방사포로 포격 훈련을 벌였습니다.

지난 13일 신형 탱크들을 동원한 대항 훈련 경기까지 더하면 모두 세 차례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의 중요 정치 일정을 감안해 직접적인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재천/서강대 국제대학원 : "교수 중국에서는 양회가 치러졌고요. 러시아에서는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대통령 선거가 열려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 중요한 두 행사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해 주는 정치적인 행사, 어떻게 보면 축제, 잔치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북한에게 조금은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내치를 챙기는 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은 한미연합연습 기간에도 올해 지방공업공장을 짓기로 한 20개 지역에서 모두 착공식을 개최했습니다.

공장 건설에는 새롭게 조직된 북한군 124연대가 투입됐습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제시하신 지방공업발전 정책을 철저히 관철하자. (관철하자, 관철하자!)"]

지난 4일에는 양강도 삼지연시와 대홍단군 등에 트랙터를 대규모로 보내며 감자 농사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식량 문제가 북한은 지금 시점이 가장 어려울 때고 또 지방 문제가 굉장히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지금 내부의 결속과 내부의 경제 상황들을 개선하는 쪽에 우선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런 현실이라고 봐야 되겠습니다."]

[앵커]

남북 간의 대화는 실종되고, 비핵화 협상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간 북핵 문제를 총괄해 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도 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를 더 큰 틀 안에서 전략적으로 다루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통일부가 남북 교류 조직을 크게 축소한 데 이어 외교부가 이같은 조치에 나서면서 북핵 협상 기능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리포트]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했던 ‘북핵 6자 회담.’ 2003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총 6차례 열리는 동안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등을 이끌어 냈습니다.

정부가 6자 회담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전담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만든 이후에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습니다.

[성김/미 국무부 과장/2008년 6월 : "이것은 비핵화 과정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입장차가 발생하며 6자 회담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이후 대북 대화도 사실상 실종됐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교부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간판을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외교전략정보본부를 신설하고, 그 아래 4개 국 중 하나인 한반도외교정책국에서 북핵 협상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북핵 협상이 장기간 중단되자 협상 기능은 축소하고, 북한의 불법 행위 감시 비중은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김재천/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주된 업무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교섭하는 그런 기능을 수행해야 되는데 사실 그런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한 현실적인 방안, 조직 개편이었다고 생각을 하고요.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고 북한을 억제하고 그런 것들이 주된 업무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민족과 통일 지우기에 몰두하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일각에선 외교부가 비핵화 협상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관리 모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향후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다시 조성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북핵 외교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핵화 문제, 또 트럼프 재집권이 만약 이루어졌을 때 이 문제가 이슈화가 될 텐데 거기에 대한 대응의 속도감이나 또는 순발력 있는 대응에 있어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선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이른바 ‘중간 단계’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핵 동결이나 군축 등의 ‘위협 감소’ 조치를 취하면 제재 완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튿날 정박 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도 ‘중간 단계’를 언급했습니다.

[정박/미 국무부 대북고위관리/3월 5일 : "궁극적인 비핵화를 향한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간 단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는 미국이 북한의 위협까지 방치할 경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기류 변화를 꾀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의 핵 능력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와 있기 때문에 이제는 핵 동결이나 감축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북한과 협상하기 대단히 어렵다고 하는 현실론들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미국의 이 같은 태도는 모든 연락 수단이 끊기고 기본적인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 남북 간 대치 상황과 대비됩니다.

[김재천/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도 북한에게 이런 평화 제스처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북한이 거절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제스처는 지속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북한 핵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단계적 조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진단이 미 조야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북한을 상대로, 어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이끌어 내야할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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