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의 정규리그 우승 씨앗은 개막 일주일 전에 싹 텄다
원주 DB는 작년 10월 KBL 컵 대회에서 수원 KT에게 연장 접전 끝에 106-108로 졌다. 연장 접전 끝에 아깝게 졌다. 그러나 DB는 패배 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허훈, 문성곤, 하윤기 등 KT 주축 선수들이 대거 결장한 반면, DB는 100%에 가까운 전력으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이다.
컵 대회가 열린 군산 체육관에는 여러 구단의 관계자들이 있었다. 그들도 DB의 패배를 유심히 지켜봤다. 패배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DB 코칭스태프는 타 구단 관계자와 스태프들의 표정에서 묘한 기류를 느꼈다. '올 시즌 DB는 어렵겠구나', 마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분위기는 무거웠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이 된 김주성 감독은 특히 더 심각했다.
"오랫동안 해야 팀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나름 어느 정도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컵 대회 결과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버스 안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하지? 운동을 어떻게 시켜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컵 대회 이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개막까지 남은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었지만 김주성 감독은 결심했다. 단기간에 혹독한 훈련을 실시해 전력을 끌어 올리고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날 비디오 미팅만 4시간 정도 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비디오 분석 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미팅을 시작한 지 3시간쯤 지났을까. 분석에 몰입하던 김주성 감독은 잠시 미팅을 멈추고 선수들에게 화장실을 다녀와도 좋다고 했다. 그제서야 선수들이 우르르 일어섰다. 그때까지 참았던 것이다. 선수들 역시 코칭스태프만큼이나 위기 의식을 느꼈고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 동안 강도 높은 훈련이 실시됐다. 코칭스태프는 열정적이었고 선수들도 잘 따랐다.
김주성 감독과 한상민, 이광재 코치 등 DB 스태프는 개막전을 치르기 위해 경기도 고양으로 이동한 뒤에도 계속 컵 대회 결과를 언급하며 한숨을 쉬었다.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DB에게는 개막전이 더욱 중요했다.
놀라운 반전이 펼쳐졌다. DB는 개막전에서 고양 소노를 110-89로 완파했다. 결과만큼이나 경기 내용이 좋았다. DB는 디드릭 로슨, 강상재, 이선 알바노 등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스페이싱 농구를 펼쳤다. 트랜지션은 강력했고 수비 역시 탄탄했다.
돌풍의 시작이었다. DB는 정규리그 세 번째 경기이자 홈 개막전에서 '슈퍼 팀' 부산 KCC를 상대로 18점 차 열세를 뒤집고 11점 차로 이겼다. 기세를 몰아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이후 DB는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고 지난 14일 안방에서 수원 KT를 제압하며 '와이어-투-와이어'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KT는 5개월 전 컵 대회에서 DB에게 충격을 줬던 상대였다.
김주성 감독은 컵 대회 이후 일주일을 돌아보며 "결과적으로 그때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컵 대회 결과는 DB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팀은 개막 첫 날부터 선두를 질주했지만 코칭스태프는 한시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광재 코치는 "경기 일정이 빡빡하면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위해 오전에 슈팅 연습만 하고 경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올 시즌 단 한번도 그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상대를 대비하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김주성 감독은 "우리에게는 모든 경기가 다 위기였다. 선수들에게 '원 바이 원(one by one)'을 강조하면서 계속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웃으며 "선수들도 그 마음을 아는지 같이 이겨내려고 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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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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