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전기차 충전 커넥터 직접 연결, 화재감지 카메라까지 [ESC]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브이(EV) 트렌드코리아 2024’ 행사가 열렸다. 전기차와 충전기 제조·운영 관련 업체 86개가 참여했다. 전기차 관련 행사로는 가장 많은 1일 관람객 평균 1만6095명, 3일 동안 총 4만8286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전기차 산업 종합전시회다. 국내 유일의 전기차 관련 환경부 장관상인 ‘올해의 전기차와 올해의 충전기’를 뽑는 ‘이브이 어워드2024’도 있었는데, 전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각종 전기차 충전 기술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전기차 충전기술들은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교통약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전기차 충전기는 교류를 사용하는 완속과 직류를 사용하는 급속·초급속 방식으로 나뉜다. 전기는 종종 물에 비유된다. 물의 압력과 유사한 전압(V)과 흐르는 양을 말하는 전류(A), 전기가 흘러가며 만들어지는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W)이 전기의 기본 단위들이다. 전압과 전류 값을 곱하면 전력이 되는데 교류를 쓰는 완속 충전기는 전압과 전류가 각각 230V와 10~50A로 총 전력이 낮아 충전 속도가 느리다. 반면 100㎾급의 급속 충전기는 직류 400V의 전압과 250A의 전류가 사용된다. 급속과 완속 충전기의 충전 속도와 시간 차이가 나는 이유다. 전기요금은 계절에 따라서는 물론 하루 중에도 달라진다. 차를 쓰지 않는 밤에 충전한다면 전기요금이 싼 심야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집이나 사무실 등에 오래 세워두는 일이 잦다면 완속 충전기를, 장거리 외부 출장이 많다면 급속충전기를 쓰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번 행사에서 우선 눈에 띈 것은 충전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기술이었다. 전기차 충전기 개발·제조업체 이엘(EL)일렉트릭의 초급속 충전기는 교통약자도 충전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전면에 32인치 크기의 터치 디스플레이와 함께 아래쪽에도 같은 기능을 하는 12.1인치 화면이 따로 달려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완속 충전기도 최대 1m 이내로 낮게 달아 접근성을 키웠고, 7인치 터치스크린을 넣었다.
무거운 커넥터를 로봇이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방식도 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서비스 기업 모던텍이 특허를 갖고 있는 이 기술은 전기차가 들어오면 차의 종류와 주차한 위치, 충전구를 확인한다. 이어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커넥터를 들고 충전구에 연결해 충전을 시작한다. 서울시와 함께 강서구 신방화역에서 실증 사업을 시작했고, 결과에 따라 차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운전자는 충전구만 열어주면 되므로 편하다.
편리해진 결제 방식도 선보였다. 지금까지는 충전사업자별로 회원 가입을 하고 미리 결제 수단을 등록하거나, 신용카드를 충전기에 직접 꽂아야 했다. 이번 행사에 나온 최신 충전기에선 근거리 무선통신기술(NFC)을 활용해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대는 것으로도 결제가 가능했다. 후불교통카드, 삼성페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다.
충전기에 부착된 결제용 큐알코드도 사용되는데 최근 미국·중국 등에서 가짜 큐알코드를 스티커로 붙여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금융사기에 악용됐다. 이엘 일렉트릭은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큐알코드를 화면에 띄우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모양으로 바뀌게 하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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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설치하고 한번만 충전하면
충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도 돋보였다.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업체인 쿨사인에서 운영하는 ‘쿨차지’는 충전기 전면에 카메라를 달아 등록된 차와 운전자를 인식하고, 충전 스테이션에 열화상 카메라를 함께 달아 화재를 감지하고 긴급 충전정지와 경고를 자동으로 진행한다. 또 모던텍 등 몇몇 완속 충전기는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충전량을 조절해 화재 발생 위험을 줄였다. 이엘 일렉트릭은 전기차와 연결되는 커넥터 내부에 소화 물질을 내장해 화재 발생 때 바로 대응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충전료 할인이나 구독료 모델도 있었다.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이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인 이브이시스는 롯데카드와 함께 월 5000원~2만7900원을 내면 급속 요금을 50% 할인하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일정 수준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필요하고 사용량에 따라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인 스탠다드1 요금제는 월 5천원에 최대 150㎾h까지, 스탠다드2는 최대 300㎾h까지 50% 할인된 금액으로 충전할 수 있다. 각각 750㎞와 1500㎞를 달릴 수 있는 충전량이다.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기업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의 전기차 급속충전 서비스인 워터(Water)는 친환경 인프라에 결제 편의성을 극대화한 충전 방식을 소개했다. 이 회사 충전 앱 설치 뒤 한 번만 충전하면, 이후엔 커넥터만 연결해도 바로 충전이 시작되고 등록된 카드로 결제까지 진행된다. 또 충전소의 기둥이나 보 등 주요 구조물을 국산 낙엽송으로 만들어 환경친화적 인프라를 선보였다. 충전이 완료되면 바로 앞으로 차를 뺄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후진 등 주차의 번거로움도 없앴다. 여기에 공급하는 전기는 직접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에서 얻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기술 일부는 현재 사용되고 있고 대부분 향후 1~2년 안에 대중화할 가능성이 크다. 충전기를 만드는 제조업에서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영역으로 산업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결국 사용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적 관점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수출을 통한 세계화도 필요하다.
글·사진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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