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다시 마주한 '풍경'…김민정·도윤희·정주영 '에디션 R'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갤러리현대가 '에디션' 시리즈를 선보인다. 첫 시리즈는 과거 작품을 되돌아보고(Revisit), 현재의 관점에서 미학적 성취를 재조명해(Reevaluate), 작품의 생명을 과거에서 현재로 부활시키는(Revive) '에디션 R'이다. 이를 위해 1960년대생 여성 작가 세 명, 김민정·도윤희·정주영의 작품이 '풍경'이란 이름 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자연이라는 대상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심미적인 풍경으로 형상화한 김민정의 작품, 비가시적인 인식에서 시작해 실체를 인식하는 도윤희의 내적인 풍경, 이미 선택되어 변용된 풍경을 다시 선택하고 변용함으로써 풍경이란 주제가 갖고 있는 개념에 도전하는 정주영의 풍경까지 세 작가가 20대에서 40대에 마주했던 '풍경'을 각각 소개한다.
김민정의 작품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탈리아에서 머물며 완성한 작업들이다.
김민정은 1991년 밀라노 브레라국립미술원의 분위기에서 탈피해 한지를 작품의 주재료로 삼는다. 이때부터 먹과 수채 물감의 관계, 얼룩과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일련의 수묵 채색 추상 작품을 발표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작품의 일부를 불로 태워 동아시아 회화 예술의 관례를 폐기하는 과감한 변신을 준비하며 독창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진 김민정은 생각과 마음의 '비움'에 대한 깨달음을 담은 불교적 관점의 풍경을 선보인다. 마음과 머리를 완전히 비운 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상태가 마음과 눈에 투영되어 나와 하나가 됐을 때의 상태가 비로소 작가가 보는 '풍경'이다. 대지, 봄, 월식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제목 'La terra', 'Primavera', 'Eclisse'는 그가 자연 현상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화했음을 암시한다.
도윤희는 1996년부터 2009년까지 흑연 드로잉 위에 바니시를 반복적으로 칠한 독특한 질감과 깊이감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도윤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세포나 화석의 단면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며 'Being' 연작을 남겼다. 작가는 이 시기 '시간성'에 매료됐다. 그가 구축한 화면은 겹겹이 자리한 나무숲의 단면, 수증기의 움직임, 부유하는 세포들 등 다양한 형상을 연상한다.
이 시기 도윤희는 문학적 언어와 시각적 언어 양쪽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세상으로부터 포착한 아름다움을 일기로 쓰고 작품의 제목으로 일부 문구를 차용하기도 했다. 출품작 '밤은 낮을 지운다', '천국과 지상의 두개의 침묵은 이어져 있다' 등 제목이 그의 글귀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도윤희는 삶에서 마주하는 현상과 물질 등 인간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시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이 '시'를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정주영은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중견 화가로 '산의 작가'로 통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1995년에서 1997년 사이 작가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학하던 시기에 그려졌고, 일부는 그 직후인 1998년과 1999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그린 결과물이다.
이 작품들에서 정주영은 산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김홍도와 정선이 이상을 현실에 옮겨 놓은 그 회화적 공간의 작은 일부를 대형 캔버스에 확대했다. 원본과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정주영의 작품은 새로운 회화적 공간으로 구축되며, 진경과 실경, 관념과 실재, 추상과 구상 사이에 놓인 이중적인 '틈' 회화의 세계를 제시한다.
특히 이 작품들은 작가가 '산'을 회화의 방법론으로 삼게 된 시작점에 있는 풍경들이다. 작가는 독일 유학 초기 '회화에 대한 회화란 무엇일까?'로 고민할 때 김홍도와 정선의 진경산수를 만나면서 해답을 얻었다. 정주영의 '풍경'은 풍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또 그 해석과 동시대적 의미를 살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월 14일까지.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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