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도망가십니까?”[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3월11일자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일요일인 지난 10일 주호주대사 내정자 자격으로 출국했습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 조사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했습니다. 올해 1월 초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불러 약식조사를 했고, 법무부는 그 조사를 명분으로 8일 이 전 장관의 출금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수사 외압 핵심 피의자의 기습 출국과 관련한 민주당 의원들의 규탄 사진이 월요일자 1면을 차지했습니다.
■3월12일자
신문사진을 마감하다보면 헷갈립니다. 한 달(D-30) 남은 총선 관련 사진은 D-31인 날에 찍어서 D-30날 아침에 볼 수 있게 해야하는지, 정작 선관위 등의 행사가 있는 D-30날에 찍어 D-29인 날 지면에 보여야 하는지요. ‘입춘’의 이미지는 입춘 전날 찍어 입춘 당일 지면에 반영해야 하는지, 입춘 당일 찍어 다음날 지면에 내보여야 하는지요. 회의 참석자 사이에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압도할 만한 1면 사진이 있었다면 이런 고민도 없었을 테지요. 총선 30일을 앞두고 투표 물품을 점검하는 수원 영통구선관위 사진이 1면 사진이 됐습니다.
■3월13일자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며 집단 사직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유예와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이에 정부는 “흔들림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호주 교민들이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에 반발해 지난 9일 시드니 규탄대회에 이어 13일 캔버라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예고했습니다. 이날 1면 상단에 배치한 주요 뉴스 2건입니다. 맞춤한 사진이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날은 외신사진으로 눈을 돌립니다. 라마단이 시작된 팔레스타인 가지지구의 사진이 시선을 붙잡습니다. 페허 앞에서 하루 금식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가족의 모습입니다. 라마단 첫날의 사진이어서 더 무게가 더 실렸습니다.
■3월14일자
사진을 골라낼 때 뉴스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탁월한 사진이 경쟁력을 갖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한 사진들이 경쟁해 자리를 다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경우가 흔하진 않습니다. 보통 이런저런 결격 사유를 대면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사진을 골라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작업을 의식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겁니다. 1면 사진후보군에서 이것저것 빼다보니 이 한 장만 달랑 남았습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사진인데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서를 어떻게 저렇게 가지런히 모아서 소위 ‘그림이 되도록’ 붙여뒀을까, 궁금증이 일더군요. 여러 장의 명령서가 정부의 강한 복귀 압박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 같습니다.
■3월15일자
1면 회의에 준비해간 사진은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라는 기사에 맞춤한 목동 학원가 사진과 채모 상병 사건의 피의자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경위 확인을 위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파행 사진이었습니다. 선택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주요한 사진이지만 확실한 ‘임팩트’가 없어서였습니다. 결국 회의에서는 텅 빈 외통위 회의실 사진이 선택됐습니다. 사진이 자리를 잡는 동안에 변동이 생겼습니다. 10면에 앉혀졌던 ‘명품백 의혹 성역 없는 수사 촉구 릴레이 민원접수’ 사진이 여러 사진을 제치고 1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어떤 사진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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