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대박 노렸나" 예탁금 열흘 새 4조 이상 빠졌다[투자360]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마켓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주식시장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증시 대기성 자금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53조4824억원으로, 지난 4일(57조8852억원)과 비교해 열흘 사이에 4조4000억원 이상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 중 하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또 다른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전날 기준 1주일 새 2700억원이 빠져나갔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 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률을 얻으면서도 언제든 환매할 수 있어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 추세를 보인 것과 달리,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증시 대기성 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몰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처음 7만 달러를 돌파한 뒤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7만3797.97달러(한화 약 9820만원)까지 올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코스피는 지난 14일 1년 11개월 만에 2700선을 넘어서며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다음날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다시 2660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날(15일) 코스피 종가는 직전일보다 1.91% 내린 2666.84였다.

국내 증시는 최근 여러 악재에 갇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당초 6월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자 상승 동력이 떨어졌다.

아울러 최근 국내 증시를 반등을 이끌었던 '밸류업 열풍'마저 한풀 꺾이면서 업종·종목 간 순환매가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1주일 새 5700억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