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디켓팅’ ‘빵지순례’에 진심...디저트 ‘전성시대’
단순 후식 개념 넘어 주류 식문화로 정착
디저트전문점 늘고 무한리필 디저트카페 등장
대형마트도 디저트로 특화…냉동 과일 소비 증가로 이어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해 입맛을 사로잡는다. 유통 전문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급변하는 농식품 트렌드를 짚어보고, 농식품 유통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배 안 부르니? 또 케이크가 들어가?”
최근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자녀들에게 자주 던지는 말이다. “주전부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아온 중장년 세대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디저트 문화가 자연스레 느껴진다. 예전에는 간단한 후식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단순 후식 문화를 넘어 주류 식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끼 식사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MZ세대(1980년~2000년 초반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맛있고 특별하다면 몇시간씩 줄 서고 기다렸다 먹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디켓팅(디저트+티켓팅)’ ‘빵지순례(빵+성지순례)’ 등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유명 디저트 전문점엔 오픈런(매장이 문을 여는 순간 바로 입장하는 것)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야말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인 디저트시장은 왜, 그리고 어떻게 변화했을까.
실제 인기 프랜차이즈 디저트 전문점은 2019년 대비 매출액이 2022년 48%나 상승했고 디저트 관련 가맹점 수 또한 같은 기간 50% 이상 증가해 디저트 열풍을 짐작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열풍은 MZ세대의 신상 디저트 선호도 증가로 꾸준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에서 무한리필 디저트 카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과일·케이크·아이스크림·음료 등에 불과했던 디저트는 타르트·마카롱·다쿠아즈·탕후루·프레첼 등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하나의 품목도 소비자 입맛에 맞춰 종류가 세분화했고 품질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디저트 무한리필 카페는 입장료가 대개 8000원~1만5000원 사이로 배부르지 않게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며 회의도 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다. 배불리 먹는 것보다는 상큼하게, 깔끔하게 그리고 가볍게 먹는 식생활이 보편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 지하철 사당역 인근의 한 직장인은 “한끼당 1만원 이상의 식사비용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섭취 시간 또한 넉넉지 않다”며 “'헤비'한 점심을 먹기보다는 가벼운 디저트가 가성비 면에서도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러한 디저트 카페의 핵심은 바로 자기 만족감이다. 기분이 우울한 상황에서 달콤함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심리가 디저트 문화를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Z세대들은 예쁜 디저트 사진을 남기기 위해 카페 인테리어도 중시한다. 대화하고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독서 등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수 있는 곳이 바로 디저트 카페인 셈이다.
요즘 디저트 업계에서 탕후루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학원가의 대표 디저트는 떡볶이였다. 탕후루는 이런 떡볶이를 제치고 1위로 등극했다.
탕후루는 방울토마토·샤인머스캣·딸기 등을 꼬치에 꿰어 설탕 시럽이나 물엿을 덧씌워 사탕처럼 굳혀 먹는 간식이다. 과일 겉을 설탕으로 얇게 코팅해 ‘와사삭’ 하는 식감과 아찔한 단맛 등 두 장점을 극대화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실제 KB국민카드가 지난해 카드 매출액과 신규 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탕후루 전문점 매출은 2022년 대비 1678% 급증했고 새로 문을 연 곳도 1339% 증가했다.
탕후루 전문점의 연령별 매출액 비중은 10대 9%, 20대 37%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10~20대 자녀를 두고 있을 확률이 높은 40대 매출액 비중도 26%나 됐다.
대표적 탕후루 프랜차이즈업체인 ‘왕가 탕후루’의 매장 수는 2022년 말 43개에서 2023년 10월 기준 420개로 10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만 380곳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폭발적인 출점을 자랑하는 저가 커피 대표 브랜드들보다도 빠른 속도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등록한 신규 탕후루 상표만 150개가 넘는다.
신규 가맹점 증가세가 컸던 업종도 단연 디저트였다. 베이글·추로스 전문점은 2022년과 비교해 지난해 48% 늘었다. 이어 아이스크림 27%, 와플·파이 23%, 호두과자 21%, 케이크 20%, 도넛 16%, 떡·한과 9% 순이었다.
코로나19 이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은 재기에 나섰다. 그 발판을 디저트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대형마트들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디저트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고객 맞이에 분주하다. 다양한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월 리뉴얼 오픈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인천 연수점은 베이커리와 델리 코너 등 디저트 상품을 매장 입구에 전면 배치했다.
새로운 정통 베이글과 트렌디한 디저트를 만나볼 수 있는 ‘몽 블랑제’ 코너가 고객의 눈·코를 가장 먼저 자극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간편한 한끼를 선호하는 식문화 트렌드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지역 상권 특성을 맞춘 것”이라며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1일부터 올해 1월25일까지 냉동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냉동 디저트류 중 ‘널담 뚱카롱’은 출시 한달 만에 누적 판매량 4000개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한편 디저트 문화 확산은 냉동 과일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냉동 과일은 주스 등으로 갈아 먹기도 하지만 베이커리·케이크·샐러드 등의 토핑으로 올려지기 때문이다.
실제 GS더프레시의 냉동 과일 카테고리 매출액을 살펴보면 2021년 도입 이후 2022년 40%, 2023년은 119.3%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특히 2023년 기준으로 냉동 블루베리 158%, 냉동 망고 122%의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용량별로는 700g 이하 소용량 상품의 매출신장률이 대용량(700g 초과) 상품 대비 2.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광주광역시 서부농산물도매시장 두레청과의 부단한 경매사는 “탕후루 등 디저트 시장 확산은 수입 과일의 수요뿐만 아니라 국내 과일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 과수 농가들의 새로운 판로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스펙의 상품을 먼저 파악한다면 계약재배를 통한 수익도 기대할수 있다”고 밝혔다.
신재호 더바이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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