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김동준 "임시완, '고거전' 좋은 선택이라고…제아 재결합? 은연중 이야기"
큰 화제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현종' 역을 맡아 열연한 가수 겸 배우 김동준(33) 씨는 어쩌면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많이 닮아있다. 32부에 걸쳐 표현해낸 현종의 성장처럼, 그도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며 팬들과 만나왔고 두 분야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대하 사극 주인공으로서의 첫 도전은 그에게 또 다른 성장 포인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지 1년 후인 2011년 연기를 시작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부지런히 활동했지만 긴 호흡의 사극 드라마는 연기 스펙트럼을 한 차원 넓히는 기폭제가 됐다.
방영 초기에는 일각에서 연기력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점차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나갔고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는 '고려거란전쟁'으로 최우수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마지막회는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김동준 씨는 연기자로서 넓은 표현력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고려거란전쟁'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동준 씨를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먼저 "지난 주까지 촬영해서 일상복이 아직 낯설다. 촬영장에서 머리를 잘라주셔서 숍도 한 번도 안갔는데 인터뷰를 하게 되니 이제 방송이 끝났다는게 실감나기 시작했다"는 유쾌한 말로 1년 간의 여정을 마친 소감을 대신했다.
김동준 씨가 이 작품의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는 여러 고민이 교차하는 시기일 수밖에 없었다. 군 복무로 인한 연기 공백기 이후 첫 복귀작을 고르는 시점이었고, 작품을 위해서는 삭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삭발도 더 짧게 해도 괜찮다는 의견을 제작진에 피력했던 그다.
"전투력이 최고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전역을 했지만 마음가짐은 군인이었고, 전쟁에 나가는 자세로 임했어요. 군대에 있는 동안 작품을 많이 보고 공부했어요. 삭발도 문제없었어요. 저는 머리 길이로 3mm를 이야기했는데, 그 시대에 머리가 약간 긴 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셔서 6mm로 합의를 봤죠(웃음). 기르는데 오래 걸렸어요."
자신감과 열정으로 선택한 첫 사극이었지만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고. 그는 선배 연기자인 최수종 씨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과 감독의 도움을 받아 해낼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최수종 씨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 현장에서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감독님들이 부담 갖는 건 좋고, 그 부담이 과해질 필요는 없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최수종 선배님이 보여주신 건 교과서라고 생각해서, 공부하는 느낌으로 했어요. 중간중간에 '사극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연기의 폭을 늘릴 수 있다'라며 사극 장르에 어떻게 다가가고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도와주셨어요."
지난해 5월 첫 촬영을 시작한 '고려거란전쟁'은 사계절을 지나 1년여 만에 촬영을 마무리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만큼 함께 작품을 만든 이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졌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을 묻는 말에도 최수종 씨와 호흡을 맞춘 마지막회 장면을 꼽으며 당시 에피소드를 전했다.
"거의 마지막 촬영 때 '살펴 가시오'라는 대사를 하며 눈을 봐야 하는데, 선배님의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요. 주마등이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었고, 생각하면 지금도 뭉클해요. 현종이 강감찬을 보내드릴 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생각을 하며 못 보내드리겠더라고요."
'고려거란전쟁'은 화제성 만큼이나 방영 기간 내내 여러 논란을 몰고 다닌 작품이기도 했다. 우선 배우 개인적으로는 방영 초반 연기력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성장형 캐릭터와 잘 맞다"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미스 캐스팅"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한 배우 본인의 생각은 어땠을까.
"현종이 처음에는 궐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군주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인물이 아니었기에 자유롭게 가다가, 왕이 되는 과정에서 무게감이 실리면 비교적 정적으로 가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요. 인물의 성장이 많이 보이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연기력 논란은) 시간이 흘러 설명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초반 시청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지날 수록 사그라들었고, 지난 연말 그는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노력을 인정받았다. 최수종 씨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화제성과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다.
"원래도 부담이 있었지만, 부담을 풀어갈 때쯤 더 큰 부담이 오더라고요(웃음). 촬영을 중반 가까이했을 때 상을 받았는데,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말라는 뜻에서, 더 마무리를 잘 하라는 취지로 상을 주신 것 같아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김동준 씨와의 인터뷰가 진행되기 며칠 전, 두 감독 사이 갈등으로 인해 귀주대첩 일부 중요 전투신 등이 방송에 담기지 못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KBS 측에서 즉각 부인했으나, 작품을 책임진 주연배우인 만큼 실제 촬영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증이 쏠렸다. 이에 불화의 분위기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종방연 날 스태프들과 만났을 때도 이렇게 행복했던 현장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현장 가는 걸 모두가 좋아했고, 종방연 때 아쉽다고 많이 울었어요. 출연자와 스태프 구분 없이 전우애가 생긴 거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주축은 최수종 선배님이었어요. 보조출연자분들이 힘드니까 단상에 올라가 노래를 불러주신 적도 있어요."
김동준 씨를 이야기할 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제국의 아이들' 중 다수의 멤버들이 연기자로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추가해나가며 사랑받고 있는 상황. 각자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은 서로를 응원하는 '가족 그 이상'이라며 진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시완이 형이 '좋은 도전이고, 선택을 잘 한 것 같다. 이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전화한 거야'라고 해줘서 고마웠어요. 형식이는 촬영이 끝날 때쯤 제가 중반부를 찍고 있어서 촬영 다 마치고 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저도 이제 멤버들이 나오는 작품 몰아보기를 해야해요. 가족에게 못하는 이야기까지 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들이죠."
김동준 씨는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뒤 수상소감에서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을 언급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왜 멤버들을 언급했는지에 대한 비하인드와 함께 데뷔 15주년을 앞두고 있는 제국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KBS에 도착했는데 신인 시절 비몽사몽간에 도착해서 드라이리허설한다고 걸어갔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 나더라고요. 9명의 멤버들이 재미있게,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때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해요. 앨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는 아니고 은연중에 이야기를 하는 단계에 있어요."
마지막으로 첫 사극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낸 그의 차기 행보에 관해 물었다. 공교롭게도 제대 후 예능과 드라마 모두 남성 출연자 중심의 작품을 선택한 그다. 1년간 사극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사극 제의가 들어오면 언제든 또 도전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작품이 좋으면 장르 구분 없이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도전을 두려워할 수는 있겠지만 실행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더 도전하고 저를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 = 메이저나인/KBS]
YTN 강내리 (n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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