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지키러 왔다”…마포갑 도전하는 ‘女총경’ [금배지 원정대]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갑 후보
경찰국 신설반대하다 좌천후 민주당으로
서울대-英케임브리지 박사-한양대 로스쿨까지
“정치적으로 장악된 경찰 바로 세울 것”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출신으로 서울 마포갑에 도전장을 낸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 엘리트 여성 총경으로 승승장구 하던 이 후보는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여 ‘총경 회의’를 소집하다 이후 경정급 보직으로 좌천성 발령이 난다. 발령 이후에도 근무를 이어가던 이 후보는 더불민주당의 영입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그는 지난 1월 5일 퇴임식을 하고 경찰을 떠났다. 떠나던 날 ‘경찰 동료분께 드리는 글’을 내부망에 올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할 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고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이제는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썼다.
이 후보는 “내 인생 자체인 경찰이 망가지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 후보는 “가장 고민이 된 지점은 다시는 경찰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후보는 경찰조직을 위해서 경찰직을 포기한 셈이다.
이 후보는 당시를 돌아보며 “일종의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더 큰 광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이제는 보인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입법부가 하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아니냐”며 “정치적으로 장악된 경찰을 바로 세우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화력한 스펙과 달리 이 전 총경은 경찰에서 재작한 22년 중 상당 부분을 지구대 등 민생치안 부서에서 근무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12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경감 시절에는 검사의 경찰 출석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총경은 선글라스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주목 받았던 자신의 복장에 대해 그는“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태어나 처음 하는 1인 시위였고, 이 시위가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예쁘고 제게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입은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영입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12년 전 검찰개혁을 주장하고 정권에 의해 좌천되어도 불의에 맞서는 당당함을 당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답했다. 연일 ‘검찰 독재 심판’을 부르짖는 민주당에 이 후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총선은 당원투표가 아니다. 이 후보의 ‘정권심판론’ 서사가 완성될지 미완으로 남을지는 마포구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후보는 22대 마포구 갑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마포냐 마포가 아니냐의 싸움”으로 요약한다. 이 후보는 “조정훈 후보는 마포에 언제 왔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는 지역 연고에 대한 지적에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마포 사람 중에 지역 견고 갖고 뽑고 안 뽑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 출신인 이지은 전 총경은 경찰대 졸업 후 27살이 되던 2005년부터 마포구에 살기 시작했다. 이후 직업 특성상 이 후보는 파견 지역에 따라 거처를 여러 번 옮겨 다닌다. 그러다 다시 마포경찰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 후보는 마포경찰서에서 대통령실 표창을 받고 치안 성과평가 1위를 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이 후보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포에 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마포에 살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저는 마포를 너무나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마포에 대한 애정을 인터뷰 중에도 내비쳤다.
그런데도 마포 갑은 현재 격전지로 여겨진다. 최근 폴리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2일부터 3일까지 이틀동안 서울시 마포구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가운데 (무선)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조 후보에게 2.2% 포인트 앞섰다.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6.0%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접전 상황 속 이지은 후보가 현장에서 느낀 민심이 어떤지 물었다. 이 후보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좋았다”고 답했다. ‘생각보다’라는 표현에 약간의 우려가 묻어났다. 이 후보는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이번이 아주 힘들다.’ 얘기하는 걸 봤다”며 유세전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2배 3배 더 뛰어야 한다고 지지해 주시는 분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후보는 “시민을 만나러 나가면 되게 힘이 난다”고 했다. 그녀는 “낮에는 구의원과 다니며 현장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생각하고 저녁때 식당 자리를 찾아가 얘기 들으며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현장을 다니며 고민했다는 공약의 내용이 궁금했다. 이 후보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며 “마포를 한류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과 박물관을 유치해 굿즈를 판매하고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홍대 신촌 마포 여의도로 이어지는 한류 문화벨트를 만들겠다”며 자신의 큰 구상을 밝혔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금융기관과 연계해 청년 일자리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을 공개했다. 이어 그는 “마포구 지역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자녀교육과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는 높아졌다”며 “그 요구를 공약에 담으려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침내 지난 5일에 노 의원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문자는 짧았다. “민주당 후보시니 뛰세요”. 이 후보는 “거의 매일 문자를 보냈는데 그때 딱 답이 왔다”며 “너무 뭉클했고 노 의원도 마음이 힘들었을 텐데 격려를 해줘 감사했다”고 그때 심경을 전해줬다.
그렇다면 노 의원과 함께 유세를 다니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이 후보에게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저는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인터뷰를 진행하던 12일에 “노 의원님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씀했다”며 “16일 선거사무실 개소식에도 오기로 약속하셨다”며 깜짝 소식을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 후보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경찰을 하면서 지키지 못했던 시민들도 많았다”며“그 얼굴 하나하나를 정말 가슴에 새기면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당선되어도 잣대가 구부러지지 않고 대의를 생각하는,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이 되기를 다짐한다”고 했다. 과연 이 후보에게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금배지의 자격이 주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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