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 국립합창단 신임단장 "합창으로 '한국의 미' 보여주고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그동안 '한국형 합창곡'이라고 하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옛 왕조를 상징하는 무늬, 한복의 자수 등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한국의 미(美)를 합창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1월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민인기(62) 단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포부를 밝혔다.
올해로 창단 51주년을 맞은 국립합창단은 국내 최초의 전문 합창단으로 바흐, 브람스, 하이든 등 세계적인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창작 합창곡의 개발과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민 단장은 수원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 강릉시립합창단 등 20년 이상 공립예술단체 예술감독으로 활동한 합창음악 전문가로 향후 3년간 국립합창단을 이끈다.
민 단장은 "'국립'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주는 중압감이 크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50년간 선배들이 쌓아온 업적을 계승하면서, 이를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특히 민 단장은 한국 창작 합창곡을 계속 무대에 올리되 새로운 소재들을 작품에 담고 싶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나 라벨의 곡에서 그 당시의 미술사조인 인상주의 화풍이 드러나듯이 한국의 미를 합창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민 단장은 "한국적인 문양, 조각품, 청자, 백자 등 선조들이 남긴 한국의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청각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며 "아직 구체적인 작품 구상은 안 나왔지만 2명의 작곡가에게 이런 방향을 설명하고 곡을 위촉했다"고 말했다.
이어 "합창 음악 자체가 서양에서 시작된 장르다 보니 서양 레퍼토리가 많지만, 이것만 할 수는 없다"며 "다음 세대들에게 '우리 작품'을 남겨주는 게 우리 세대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K팝'만 보더라도 옛날에는 팝송을 주로 들었지만, 이제는 한국 아티스트들이 세계를 주도하잖아요. 한국 창작 합창곡을 만드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죠. 일회성으로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레퍼토리를 계속 쌓아가야 해요."
민 단장은 사람의 목소리로 연주하는 합창의 울림은 어떤 악기 연주보다도 크다고 자부했다.
그는 "성악은 사람들에게 더 깊게 다가가는 웅장함이 있다"며 "'아리랑'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도 좋지만, 우리 소리로 '아∼리랑'이라며 부를 때 오는 울림은 그 크기가 다르다"고 웃었다.
오는 1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취임 연주회에서는 이런 합창의 울림으로 '전쟁 그리고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주회에서는 하이든의 '전시 미사'와 영국 현대 음악가 칼 젠킨스의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선보인다.
민 단장은 "음악이 전쟁을 멈추는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지만,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주제를 '전쟁 그리고 평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 민 단장은 클래식 내에서도 합창은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연주 등에 비해 대중적인 인기가 떨어지지만, 어떤 장르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를린필이나 빈필 등 유명 악단이 온다고 하면 티켓값이 40∼50만원인데도 공연장이 꽉 차지만, 합창은 그렇지 못하다"며 "합창은 '문화를 향유한다'는 이미지가 덜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합창이 진입장벽이 더 낮고, 접근성이 좋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며 "주변에 아마추어 합창단, 성가대가 많은 것만 봐도 합창에 대한 관심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합창 공연 활성화를 위해 민 단장은 한 번 공연에 온 사람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좋은 공연'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누가 추천하면 밥집이나 찻집에 한번은 가잖아요. 그 집에 두 번, 세 번 가게 하는 건 밥맛, 커피 향, 직원의 친절함 같은 것들이죠. 우리 공연도 이렇게 만들고 싶어요. 한번 와서 보면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감동이 있네', '피아노 연주와는 다른 재미가 있네'라면서 다시 찾아오는 좋은 공연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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