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강식품 시장 휩쓰는 멜라토닌, 열풍 원인은?
‘수면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멜라토닌이 영양제 시장을 달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verifiedmarket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멜라토닌 약물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조 1천억원(16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연평균 성장률을 고려할 때 2030년에는 4조 7천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합성 멜라토닌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다. 처방 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등의 쇼핑몰에서 해외직구로 들여오는 것은 불법이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식물성 멜라토닌’이 개발, 출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일반식품의 형태로 멜라토닌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멜라토닌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과 식물성 멜라토닌의 특징을 알아본다.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과 일주기 리듬
멜라토닌(Melatonin)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어두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멜라스(Melas)'에 '세로토닌(Serotonin)'이 더해져 이름이 됐다. 신경전달물질로 잘 알려진 세로토닌은 심리적 안정과 엔도르핀의 생성을 촉진해 ‘행복 호르몬’으로 불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멜라토닌은 세로토닌과 깊은 관계가 있다. 망막으로 빛이 들어가면 우리 몸에서는 세로토닌을 만든다. 빛이 사라지면 그 정보가 뇌의 송과선에 전달되고,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바뀐다. 낮에 생성된 세로토닌이 밤이 되면서 멜라토닌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움직일 때와 쉴 때를 감지해 호르몬을 조절하는 인체의 신비다.
멜라토닌은 해가 지는 저녁 7~8시에 올라가기 시작해 새벽 2~4시경 가장 높은 농도를 유지하며 숙면을 돕는다. 이후 해가 뜰 쯤에는 분비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뇌가 각성한다. 이러한 호르몬 변화를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s)’ 또는 일주기 리듬이라고 한다.
‘최강의 항산화제’ 멜라토닌, 나이 들수록 줄어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은 세포의 산화를 막는 역할도 한다. 멜라토닌의 항산화 작용이 주목받은 것은 1993년 관련 논문이 발표되면서부터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항산화 물질은 1분자의 활성산소를 없애는 반면, 멜라토닌은 최대 10개의 대사화물을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낸다. 활성산소를 제거한 뒤에도 항산화력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2014년 튀니지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멜라토닌의 DNA 손상 방지 능력은 비타민 C나 E보다 60~70배가량 강하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멜라토닌을 공식적으로 '항노화 효과가 있는 물질'로 인정하고 있다.
멜라토닌 분비량은 노화에 따라 줄어든다. 보통 10세 전후에 가장 활발하고 30세 이후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송과선이 퇴화하면서 멜라토닌도 감소하는 것. 관련 연구에 따르면 51~65세의 멜라토닌 최고 분비량은 20~35세의 절반, 65세 이상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나이가 들면서 잠이 없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멜라토닌 지키는 법, ‘식물성’ 멜라토닌 강세
몸에 멜라토닌이 부족해지면 불면증, 무기력증, 면역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낮 동안 세로토닌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하루 30분 이상 햇볕을 쬐어서 세로토닌을 상비해둬야 한다.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잘 전환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빛이 사라짐을 인식한 뒤에야 멜라토닌을 내보내므로 밤 시간대에는 광원 노출을 줄여야 한다. 침실에 암막 커튼을 설치하거나 청색광 대신 황색광 조명을 두는 것, 수면에 앞서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도 좋다. 잠들기 30분 전부터는 불을 최대한 낮추고 스마트폰은 멀리 두길 권한다. 야식이나 밤 늦게 하는 운동 등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요소다.
영양제 형태로 멜라토닌을 보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중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식물성 멜라토닌의 경우 쌀겨, 클로렐라, 자주개나리 등 천연 원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 강점이다. 합성 멜라토닌 대비 내성 및 잔류 화합물 우려가 적고 부작용이 덜하다는 평을 받는다.
멜라토닌의 역할은 수면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소위 뇌를 셧다운시키는 수면제가 아니므로 사람에 따라 효과를 보이는 시점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소 1~4주간, 잠들기 2시간 전에 규칙적으로 복용하길 권한다. 특히 하루 8시간의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 수면주기가 일정치 않은 교대근무자 등은 멜라토닌이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적절히 보충해야 한다.
멜라토닌의 1일 적정 섭취량은 2~5mg으로 1정당 함량을 확인한 뒤 복용해야 한다. 고령층이 섭취한다면 이산화규소, 스테아린마그네슘을 비롯해 합성향료와 감미료가 안 들어간 제품인지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조수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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