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필요악' 스트레스 활용법도 중요하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4. 3.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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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루에도 몇 번씩 'XX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란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친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스트레스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트레스는 무엇일까? 원인일까 결과일까? 또 스트레스는 항상 피하는 것이 좋을까?

일상 생활 속 대화에서도, 학술지 속에서도 스트레스란 주로 부정적인 일들을 지칭하는 용도로 쓰인다. 또한 그 범위 또한 방대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야 하는 비교적 작은 일부터 입시나 취직을 위한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같이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종류까지 다양한 요구사항과 과제, 상황, 사건 사고를 아우른다. 

이렇게 살면서 마주치는 부정적인 자극, 요구, 위협, 도전 등과 같이 스트레스 반응의 '원인이 되는 무엇'을 스트레스라고 부르기도 하고 또 스트레스 반응 그 자체, 위의 자극들 또는 스트레스 요인(stressor)으로 인해 생기는 일련의 '심리적, 신체적 반응(예, 불안, 긴장, 걱정, 땀, 높은 심박수 등)'을 스트레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말은 요즘 들어 신체적, 정서적 각성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들이 많다는 말도 되고 이들 자극으로 인한 부정적 경험이 심하다는 말도 된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자극이 있어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니 그게 그거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높은 각성 수준과 긴장 등을 유발하는 자극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나 처음 입학, 출근하는 경험, 새로운 언어나 기술을 슥듭하는 과정, 처음 부모가 되는 경험 등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나로 성장하기위해 자신을 갈고 닦는 모든 경험에는 기쁨과 설렘 뿐 아니라 다양한 도전과제와 위협, 넘어서야 하는 장애물 등 다소 불편한 자극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더해 어려운 과제나 장애물, 불안이나 긴장을 넘어서는 경험들이야말로 우리에게 큰 뿌듯함과 기쁨을 안겨준다. 대부분의 영웅담에 빠지지 않는 것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인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를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존중하게 되는 데에는 스트레스 경험이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스트레스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작은 스트레스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워 하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으면 아이가 도전해보기도 전에 불편한 자극을 없애는데 급급한 양육자들이 적지 않다는 스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상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지켜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겠지만 그랬다간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한 뼘 더 자라나는 경험 또한 앗아가게 된다. 

스탠포드대의 심리학자 알리아 크럼등에 의하면 이렇게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만 보게 되면 스트레스를 '관리'해가는 대상이라기보다 제거하고 피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내가 충분히 견딜 수 있고 어느정도 즐기고 있는 스트레스조차도 지나치게 경계하고 위협 뿐 아니라 유익한 도전들도 피하게 될 수도 있다. 

크럼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그 자체로 좋고 나쁜 무엇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스트레스를 잘 '활용'하고 관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도 사용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최적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럼이 제시한 스트레스를 최적화 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①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이나 상황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만약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도전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유익한 스트레스 상황을 선택)
② 도움이 되는 스트레스라고 판단했다면 이 상황이 주는 불편한 감정에만 집중하기보다 이를 이겨내는 방법들에 집중(주의 배분)
③ 그저 다 잘 될거라고 생각하는 등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이 도전을 이겨내는 데 있어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생각의 전환
④ 불안과 긴장 같은 신체적 반응도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히 활용하는(시험을 잘 보기 위해 커피를 덜 또는 더 마시는 등) 반응 조절. 즉 무조건 각성 상태를 낮추고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기보다 긴장도나 각성수준이 높을 때 더 수행능력이 높아지는 편이라면 그런 상태를 만들어보는 것. 

어차피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고 쉬워 보였던 일도 100% 예측한 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삶이란 없다. 물론 삶에 도움이라고는 전혀 되지 않는 스트레스(해로운 인간관계)도 존재하지만,내 삶을 이루고 있는 스트레스들 중 내게 유익한 것들도 존재한다면 이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Crum, A. J., Jamieson, J. P., & Akinola, M. (2020). Optimizing stress: An integrated intervention for regulating stress responses. Emotion, 20(1), 120–125. https://doi.org/10.1037/emo000067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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