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보유할 것”···美 ‘AI무인전투기’ 개발 속도내는 이유는 [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美, 중장기적 1000대 이상의 기체 보유
호주, 러시아, 중국, 일본 등도 개발 박차
한국도 ‘KF-21’로 도전, 1025억원 투자
미 공군이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투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협동전투기’(CCA)로 불리는 AI 기반 무인전투기 개발을 위해 올해 여름까지 방산업체 2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제너럴 아토믹스, 안두릴 등 미 군수업체 5곳이 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향후 5년간 협동전투기 등 AI 무인기 사업에 총 600억달러(약 80조원)의 예산을 할당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5년 이내에 수백 대, 중장기적으로 1000대 이상의 기체를 보유할 방침이다.
미국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무인전투기는 F-35 전투기, B-21 전략 폭격기와 함께 공중에서 편대를 이뤄 합동 작전을 벌일 수 있는 기체로, 무장·작전 수행 능력 등에서 이미 상용화된 무인공격기(드론)을 웃도는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CCA는 조종사가 있는 전투기·폭격기가 무인전투기와 함께 작전하는 이른바 ‘유무인복합체계’(MUM-T·멈티)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이들 기체는 조종사가 탑승한 F-35 전투기와 B-21 폭격기와 같은 미 공군 주력기를 호위하고, 직접 탑재한 무기를 통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며, 공중에서 정찰 및 통신 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주력 전투기를 호위했던 ‘윙맨’ 유인 전투기 역할을 대체하는 동시에 적 방공망 제압과 같은 위험한 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WSJ은 “CCA는 사람을 대신해 작전을 수행해 인명피해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제트 엔진을 탑재해 무인공격기 MQ-1(프레데터)나 MQ-9 보다 긴 비행거리를 갖고 있어 서태평양 등 넓은 전장에서 유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이외에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군사 강국들도 멈티 체계 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미국이 AI 무인전투기 개발을 서두르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우선 비용 압박 때문이다. 기존 군용 항공기 생산단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미국 내에선 미 공군이 지난 1947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에 노후한 항공기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군이 내세운 것이 AI 무인전투기다. 미군은 현재 AI 무인전투기의 목표 생산 가격을 2000만∼3000만 달러(260억∼4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선 이를 대당 1000만 달러(130억원) 이하로 낮추려 하고 있다. 이는 대당 1억 달러(1300억원)에 달하는 F-35 전투기나 7억5000만 달러(1조원)에 달하는 B-21 폭격기의 각각 10분의 1, 70분의 1 수준이다.
미 공군 주력인 F-35 스텔스 전투기 1대 가격으로 10대의 AI 무인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공군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기체 면에서 미국에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신냉전 양상을 띠어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용 계산도 감안된 셈이다.
WSJ는 “CCA의 출현은 AI를 사용해 수천 시간 전투 및 비행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비행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의미한다”며 “지상에서 전투기를 조정할 수 있던 기술이 한 단계 진화해 자율 비행과 자율 전투 시대가 열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무인전투기 개발에 가장 적극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 공군이 지난 2019년 공개한 스카이보그(Skyborg) 계획은 자율비행 및 전투능력을 갖춘 AI 무인전투기를 개발해 2023년까지 조기 운용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는 스카이보그는 완전 자율로 이·착륙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항공기 또는 지형지물을 회피하고 악천후에도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기반 자율 임무 수행이 기본이지만 필요할 경우 원격 제어가 가능하고, 임무형 모듈(Module) 설계를 통해 간단한 장비교체만으로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특징이다.
미 공군의 스카이보그 계획의 가장 유력한 후보 기종은 널리 공개된 미 공군과 미 방위산업체인 크라토스 디펜스& 큐리티 솔루션즈가 함께 개발 중인 ‘XQ-58A 발키리’ 스텔스 무인공격기다. XQ-58A 발키리가 전력화되면 현재 무인공격기로 활약하는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 보다 더 적대적인 작전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성능을 살펴보면 2개의 내부 무장창에 각각 4개의 무장장착대가 있고 최대 8발의 공대공 미사일이나 250㎏급 합동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또는 GBU-39 소구경직격탄(Small Diameter Bomb)을 장착할 수 있다. 길이 8.8m, 폭 6.7m에 최대 속도는 마하 0.85(1050㎞/h), 최대 항속거리는 3941㎞, 최대 상승고도는 1만3715m로 알려졌다.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성능도 갖췄다. 공대공은 물론 공대지 공격 능력도 갖췄다. 실전 배치가 이루어지면, 미 공군의 무인기 명명법에 따라 ‘XQ-58A’에서 ‘MQ-58A’로 이름이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이외 호주와 중국, 일본 등이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호주를 제외한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은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은 일부분이라도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그만큼 기술적 진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영국 및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2000년대 초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제기만 제작된 상태에서 계획이 중단되거나, 2030년대 실전배치라는 추상적 목표만 제시하는 수준이다.
호주 공군은 항공력 팀 체계(Airpower Teaming System) 사업을 미국보다 먼저 시작했다. 2019년 2월에 사업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호주 공군은 약 12m 길이의 제트 추진 무인기에 센서와 무장을 탑재하고 최대 3,200km까지 비행해 전투임무를 소화하지만, 기체 가격은 백만 달러 근처로 유지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도입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크레이토스는 보잉 호주 법인과 파트너 형태로 이 사업에 먼저 참여해 XQ-58A를 제안했다. 현재도 사업은 진행 중이다.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지난 2008년부터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사진이 돌아다녔다. 중국 정부 역시 기술적 자신감이 없는지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나 성능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2018년 중반에 약 10m 길이 정도의 무인항공기인 ‘안지안 UAV ’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공개한 항공자위대의 차기 기술 개발 계획을 통해 독자적 개념의 ‘전투지원 무인항공기’ 사업으로 명명한 ’윙맨 ’(Wingman) 무인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은 F-2의 대체 기종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차기 전투기(F-3)에 ‘로열 윙맨’ 콘셉트를 통합할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 공군도 멈티 체계를 갖추는 데 도전 중이다. 공군이 구상하는 멈티 체계는 1~2대의 유인 전투기가 AI가 탑재된 무인 전투기 4~8대를 통제해 편대군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개발 중인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성능 개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40년까지 KF-21이 무인 전투기 편대와 합동 작전을 하는 멈티 체계 능력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KAI는 지난 2월 AI 무인 전투기가 포함된 차세대 공중 전투체계 핵심 기술 개발에 총 102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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