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한 달②]출구없는 대치…세계의사회·ILO까지 확산
전공의, 복귀 기한 지나도 이탈자 오히려 늘어
교수들도 참전…주요 의대선 사직 결의하기도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 이탈이 한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오전 11시 기준 101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0명 중 92.9%인 1만1999명이 계약을 포기했거나 근무지를 이탈했다. 시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난 7일 이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 명을 넘었고 전체 전공의 중 이탈자 비율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의사 면허 자격 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으며 전날 기준 5951명에게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정부는 모든 주제에 대해 대화의 창이 열려있다면서도 '2000명 증원' 규모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게는 행정처분을 진행 중인 동시에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전공의 신분이 유지 중이라며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하는 겸직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각 수련기관에 전공의 이탈 기간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수입을 옥죄는 한편 이들을 취업시켜주는 개원의 역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퇴로를 차단했다.
전공의 구제를 위해 사직 등을 언급한 의대 교수들에게도 의료법에 따라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 등이 가능하다며 실제 단체행동이 있을 경우 명령을 발령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행정처분을 받고 면허 정지 기간이 경과하더라도 전공의 신분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징계 이후에도 전공의 수련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는데,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전공의들이 의사직을 유지하려면 사직을 철회하고 복귀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복지부는 집단행동을 교사 및 방조했다는 혐의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하는 등 엄중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는데, 정부가 전공의 복귀 기한으로 정한 2월29일 이탈자 수는 90765명이었으나 오히려 이 기간 이후 이탈자가 더 늘어 지난 12일 기준 1만2001명까지 증가했다.
정부가 주변 압박 및 분위기 때문에 복귀하지 못하는 전공의를 고려해 지난 12일부터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했으나 신고 및 복귀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면허 정지 등으로 전공의를 겁박하고 강제 노동을 시키려고 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를 제소하고 긴급 개입을 요청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 대학교수까지로 전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미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이번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18일 사직서를 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가톨릭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들 역시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5개 의과대학 중 3개 의대에서 교수들이 사직 결의를 한 것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4일 총회에서 집단 사직 결의 등은 논의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서 일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하려는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의협은 지난 6일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세계의사회(WMA) 회장의 지지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정부가 개인 사퇴를 막고 입학 조건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어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이 지속되자 양 측이 모두 한 발 물러서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한 뇌혈관내 치료의학회 및 대한 뇌혈관외과학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이번 의료 정책으로 야기된 혼란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당사자들과 협의와 합의를 통해 이번 정책의 모든 부분을 상의할 수 있음을 인정하라"며 "의협 및 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성실한 자세로 협의를 제안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협의와 합의에 응하라. 현재 휴학중인 의대생들은 정부와 의협, 그리고 전공의단체가 협상을 개시하면 즉시 학업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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