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보리그림 보러 오세요”…백석대 캠퍼스 ‘박물관 여행’[주말N]

윤희일 기자 2024. 3.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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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안 문학관·미술관·박물관이 4개
시민들이 충남 천안 백석대의 ‘산사 현대 시 100년관’의 시 관련 전시품을 보고 있다. 백석대 제공

하늘 아래 가장 편한 도시 천안(天安). 천안은 비수도권 도시 중에서 세종·아산 등과 함께 지속해서 성장하는 도시로 꼽힌다. 특히 대학이 많아 ‘대학도시’라는 별칭도 있다.

대학들 가운데 백석대는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이색적인 문학관·미술관·박물관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백석대 창조관에는 ‘산사(山史) 현대 시 100년관’이라는 문학관이 있다. 경희대에서 문학평론을 가르치던 산사 김재홍 교수(2023년 1월 작고)가 기증한 자료 1만6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013년 11월 8일 문을 연 이후 ‘시(詩) 전문 문학관’으로도 불린다. 한국 현대 시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 덕분이다.

전시장에는 한국 현대 시 100년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현대 시인들이 남긴 시와 시집, 화가가 그린 시인의 초상화, 각 시인의 대표 시, 시집 등을 접할 수 있다.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김동환의 <국경의 밤>,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육사의 유고시집인 <이육사시집>,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희귀 시집과 육필 병풍과 원고, 시인들의 인터뷰 영상 등도 볼 수 있다.

백석대 관계자는 “시를 통해 감동하고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환·김소월·윤동주의 희귀 시집도 전시

현대 시 100년관 입구에는 한국 현대 시의 역사를 장식하는 대표 시인들의 시집과 작품명이 있다. 특히 ‘시의 벽’에서는 주요 시인들의 대표 시를 직접 낭독해 볼 수 있다. 산사의 서재도 꾸려져 기증자 김재홍 교수의 저서와 잡지 등이 놓여 있다.

또 10년 단위로 나눈 뒤 시대별 특징과 주요 시인과 그들의 시집을 소개하는 코너와 윤문영 화가가 그린 시인들의 초상화와 대표 시를 살펴보는 코너도 있다.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됐거나 등장하는 시인들의 시와 초상화도 전시돼 있다.

‘시화일률(詩畵一律)’이라는 주제로 김소월과 박목월, 조병화 등의 시와 김환기, 김점선 등 화가들의 그림이 함께 전시된 공간은 특히 시를 캘리그라피로 표현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백석대 관계자는 “시와 그림이 하나로 흐르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목월, 박두진, 정진규 등의 육필 원고도

문학관에는 박목월, 박두진, 정진규 등 시인들이 직접 쓴 글을 통해 시와 단어들이 가진 힘을 체험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직접 그린 그림도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이 자작시를 서로 낭독하고 듣는 공간도 있다.

백석대 관계자는 “시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학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 “많은 관람객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고 이야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숲길을 산책하며 시인들의 육필 시를 감상하거나 시인들의 인터뷰 영상을 즐기는 코너도 있다.

백석역사관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백석대 제공

지난해 10월 현대 시 100년관 10주년 기념행사에는 ‘시를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진 성옥 정창기 화백가 초청돼 ‘기억 너머 기억’이라는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정 화백은 지난 2월 백석대에 ‘매화 시리즈’ 등 수백 점의 작품을 기증해 재학생 및 지역 주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백석대 창조관에는 보리그림으로 유명한 송계 박영대 화백의 작품을 전시한 ‘보리생명미술관’이 있다. ‘청맥’, ‘황맥’ 등 보리를 주제로 그린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백석대 구내에는 ‘기독교박물관’과 ‘백석역사관’도 있다. 기독교박물관에서는 시대 및 언어별 성경 등 성경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은 물론 유관순 열사가 남긴 유일한 유품으로 알려진 ‘뜨개 모자’도 만나볼 수 있다. 역사관에는 학교의 역사를 강물과 숲의 이미지를 예술적 디자인으로 녹여낸 전시물 등도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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