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日 석달 무제한 티켓…"이거 만들고 무사했나요"[금준혁의 온에어]

금준혁 기자 2024. 3. 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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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서울 영업여객팀 RM 유진우 과장, 장지수 사원
"항공권 값 결정하는 RM…누구도 완벽한 예측할 수 없어 재밌는 직무"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에어서울 유진우 과장(왼쪽)과 장지수 사원 2024.02.28/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수익만 생각하면 가격을 낮출 수 없죠. 요즘 30만 원이면 한번 가기도 어려운 가격이지만 민트패스를 통해 이용객이 에어서울과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에어서울은 올해 2분기(4~6월) 석 달 동안 무제한으로 항공권을 탑승할 수 있는 민트패스를 5년 만에 재판매했다. 일본과 동남아에서 각각 40만 원과 50만 원의 저렴한 가격을 책정한 데다 한정판매다보니 대란이 일었다.

특가 항공권을 기획하는 것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뒤에는 항공권의 가격을 책정하고 관리하는 RM(revenue management)이라는 생소한 직무가 있다. 여객영업팀의 유진우 과장은 2016년부터 이 업무를 맡아온 베테랑이고 장지수 사원은 2018년부터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직무를 전환한 새내기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항공권값…보이지 않는 RM의 손 있어

항공권은 연간 판매목표를 설정해 기본적인 운임을 세팅한 후 시장 상황에 맞게 가격을 조정한다. 유 과장은 "운임과 가격은 다르다"며 "예를 들어 국토부로부터 30만 원이라는 운임을 승인받았다면 일정 범위에서 시장 상황이나 영업 목표에 따라 가격이 계속해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레퍼런스가 많은 대도시와 달리 요나고·다카마쓰처럼 단독으로 취항해 운임을 매긴 노선도 있다. 이곳 담당인 장 사원은 "다른 항공사도 지방 단독 노선이 있어 참고하기도 하고 일본을 통틀어 볼 수 있는 계절성도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예측하기도 한다"며 "비슷한 거리는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항공권값은 그만큼 RM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 과장은 "기본적으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내 노선에 어떤 좌석이 왜 팔렸는지 등 필요한 부분을 재가공해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받는다"고 했다.

◇"가격 민감한 소비자, 수익보단 혜택으로 민트패스 구상"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가격이다. 언제 예약해야 싸다, 인터넷 기록을 지워야 한다 등 갖은 속설도 있고 특가가 풀리면 홈페이지가 마비되기 일쑤다.

이에 두 사람은 "수요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화·수·목을 이용한 패턴이 저렴하다"며 "가격비교 사이트와 달리 항공사 직판은 저희가 가격을 조정하면 그대로 홈페이지에 노출되는 구조기 때문에 인터넷 기록을 수집해 임의로 가격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민트패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논의도 치열했다고 한다. 유 과장은 "유사한 상품이 없어 처음 시도할 때 가격을 설정하는 단계부터 토론이 있었다"며 "항공은 재고가 없는 산업이고 항상 탑승률을 100% 채우진 못하기 때문에 남을 가능성이 큰 좌석은 추가 수입으로 생각하고 소비자에 혜택이 가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어서울 유진우 과장(오른쪽)과 장지수 사원 2024.02.28/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RM의 다른 말은 'Forecasting'…"같은 데이터도 다른 결과 나오는 묘미"

항공권값을 책정하는 권한에는 수익 달성을 위한 책임이 따른다. 두 사람은 RM이 'Forecasting(예측)'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부담보단 매력적이라고 한다.

이제는 항공권만 봐도 가격이 먼저 떠오른다는 유 과장은 "다른 회사에도 RM이 있을 텐데 서로 말하진 않더라도 한쪽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수를 두면 다른 쪽에서 답을 놓는 관계가 역동적인 대화"라며 "확률을 높일 뿐 100% 완벽할 수 없는 직무라서 오히려 재밌다. 일할수록 크게 실패하지 않는 방법, 만회하는 방법을 익힌다"고 말했다.

장 사원은 "실시간으로 내 일의 결과가 보이는 것이 부담인 동시에 일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제가 숫자를 못 다룰 줄 알았는데 똑같은 데이터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좋다"며 "승무원은 현재를 보는 직무였다면 RM은 미래를 보는 직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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