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월세 탓, 학교앞서 못살아요”…‘집 구하기 전쟁’ 대학가 新풍속도[취재메타]

2024. 3. 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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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 70만원 육박해
전세사기 여파·새학기 되면서 수요 커
월세 부담에 통학·재월세·공유주거 선택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새학기를 맞은 12일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 월세 관련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지난해 대비 11.6% 오른 57만4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월세가 많이 오른 탓에 지하철 3정거장 거리에 간신히 자취방을 구했습니다” 학교 근처에 살다가 높아진 월세 탓에 근처로 이사하게 됐다는 서울 성동구 소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정훈(22) 씨의 말이다.

이 씨는 “학교 근처는 3년간 거의 20만원 가까이 올랐다”라며 “50만원대이던 월세 가격이 갑자기 70만원이 넘으면 강제로 이사하라는 것 아니냐. 이제 이 근처에서 5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컨디션이 심각하게 좋지 않거나 반지하뿐”이라고 토로했다.

월세가 오르면서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촌·회기·왕십리 등에서 만난 대학가 공인중개사들은 전세 사기와 고금리로 인해 월세 전환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촌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입학 등 계절적인 수요와 전세 사기·고금리 등으로 대학가 월세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라며 “신촌 근방 월세 가격은 체감상 2년 새 50%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있는 회기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 B씨는 “월세가 오르지 않은 집들은 사실 알고 보면 관리비가 많이 상승한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그럼에도 학교 근처 원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청년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서울의 소형 원룸과 오피스텔 월세는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 주요 대학가의 지난 1월 기준 원룸(보증금 1000만원) 평균 월세 시세는 57만4000원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11.6% 오른 수치다. 월세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으로 나타났다. 평균 월세는 71만원이었다. 서강대(65만원), 경희대(62만원), 연세대(60만원), 한국외대(59만원), 고려대(57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 평균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2020년 말 100.2에서 지난해 말 102.4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서울 오피스텔 월세 보증금은 평균 1585만원, 월세는 79만8000원이었다. 도심권 오피스텔은 보증금 1395만원에 월세 98만3000원으로 월세가 1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새학기를 맞은 12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앞에 위치한 부동산에 오피스텔 월세 가격이 붙어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의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지난해 대비 11.6% 오른 57만400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섭 기자

천정부지 월세 탓에 통학을 선택하는 이들도 생겼다. 서울 마포구 소재 대학에 재학중인 3학년 박모(24)씨는 “월세 값이 너무 올라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통학을 결정했다”라며 “하루에 지하철에서만 4시간씩 보내지만, 그 시간을 영어 공부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웃기도 했다. 그는 인천 영종도에 거주하고 있다.

재월세를 놓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장기 계약을 하는 경우 월세가 싸지기 때문에 일단 길게 계약을 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라며 “계약기간 전에 이사를 하더라도 다른 친구들에게 방을 넘기거나, 잠시 방을 빌려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방 하나에 주인이 3~4번 바뀌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원룸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쉐어하우스를 대안으로 택하는 대학생도 늘었다. 쉐어하우스는 방이 여러 개인 아파트 등에서 방 한 칸을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공유하는 주거 형태다. 서대문구 쉐어하우스에 거주한다는 대학생 정모(22)씨는 “방 4개짜리 아파트에서 3명이 함께 살고 있다”라며 “함께 내게 되면 보증금 300만원, 관리비 포함해 월 40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데 원룸 보다 훨씬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공유주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 기업부터 지자체까지 보급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코리빙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의 공유주택은 약 7000명 정도를 수용하는 규모인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도 1인 가구 공유주택 공급에 나섰다. ‘직주근접’을 원하는 청년 1인 가구에게 역세권과 도로변 등에 위치한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는 주거 공간에 대한 임대료를 주변 원룸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유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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