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노동신문 사람들은 왜 항상 웃고 있을까?
북한 노동신문(로동신문) 사진을 보면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든다. 70년대 영화 포스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한 사진은 통신사들과 계약된 언론사들이 거의 매일 받는다. 그런데 김정은의 활동이나 군사 훈련, 군중 동원 행사 사진이 아니면 나머지 일반 사람들이 등장하는 모습은 대개 연출된 모습이다. 지난 며칠간 통신으로 들어온 노동신문 사진을 보자.
가슴에 배지를 단 방문객들로 보이는 남녀 양쪽으로 노인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맨 왼쪽 여자가 앨범을 펴보는 것으로 볼 때 이 노인의 사진이다. 설명엔 ‘노병들을 각별히 챙기는 만경대구역 식료품 종합 상점 노동자’라고 했다. 벽에 보이는 군복과 주렁주렁 달린 훈장이 이 노인의 군복임을 알려준다. 노인의 손목에 금장 시계가 평범한 차림과 대조되어 보여 더 눈에 띈다.
황금 들녘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 사진 속 여자들은 누가 봐도 일하는 농부들 모습이 아니다. 볏단을 들고 포즈만 취할 뿐 네 명중 세 명은 모자도 없고, 두 명은 목에 스카프까지 둘렀다. 8일 북한에서는 3.8 국제부녀절이라 부르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구도에 맞춰 배치한 그림이다.
앞 사진처럼 부녀절 사진인데, 여성 노동자들이 꽃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뒤로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오는데, 노동신문 사진들의 전형적인 관습이다. 사진 속에 직접 구호나 표어를 걸고 찍는 방식이다. 이러한 직접 설명과 원근법을 고려한 인물의 배치와 구호는 다른 사진 속에서도 반복된다.
사실 북한에도 다른 중앙의 신문들(민주조선, 평양신문 등)이 있고, 지방 언론(양강일보, 함북일보 등)도 있다지만 노동당 기관지로 북한의 대표 언론은 노동신문이다. 1945년 창간 당시엔 사회주의 언론의 형태가 있다가 1960년대 김일성 우상화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김 씨 일가의 활동을 알리는 어용신문 체제를 갖추었다고 한다.
과거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등이 아니면 흑백 사진을 게재하던 노동신문은 김정은 집권 후 지난 2013년 8월부터 컬러 사진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전국 방송인 조선중앙TV도 방송 시간을 늘렸다. 북한 전문가들은 당시 김정은이 빠른 체제 안정을 위해 텔레비전 방송 시간을 늘리고 노동신문의 사진도 과감하게 컬러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노동신문의 사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이 아니라 지금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 선전(propaganda)의 도구로 사용되는 수단일 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韓총리, ‘트럼프 관세’ 우려에 “미국산 에너지·농수산물 수입 확대 고려”
- 경주월드 어린이 놀이기구 추락사고...인명피해는 없어
- [오늘의 운세] 11월 14일 목요일 (음력 10월 14일 壬午)
- FT “타이완, 트럼프 압박 고려해 최대 60대의 F-35 구매 계획”
- 구조 신고 접수된 고양이, 작업도구로 죽인 구청 용역업체
- ‘뇌사·생체 장기기증자 예우를 위한 힐링의 밤’ 부산서 열려
- “빨리 클게요, 저랑 결혼해줘요”... 고민시에 프러포즈男 몇살?
- 법원, 사적제재 논란 부른 ‘음주운전 헌터’ 유튜버 구속영장 기각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경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수사 착수... 서울청 반부패수사대 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