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26년만에 공적자금 멍에 벗은 임종룡
정부는 외환위기로 금융사가 줄도산하던 1998년부터 2006년까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등에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이 출범했고 2001년 우리금융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이후 우리금융의 단계적 매각과 민영화 작업을 꾸준히 추진했고 2016년 12월 임종룡 금융위원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공적자금을 지원하면서 우리은행과 맺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제하고 사실상 우리금융 경영에서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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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은 이달초부터 민관합동기구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예보 등과 지분 매입을 조율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우리금융은 1998년 공적자금 지원 이후 7차례 블록세일, 2016년 과점주주 체제 도입을 위한 매각 등 26년에 걸친 공적자금 상환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시절인 2016년 12월 7개 과점주주에게 지분 30%를 매각했다. 과점주주는 동양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다.
우리은행은 2019년 2월 우리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됐고 정부는 2021년 11월 우리금융 지분 9.3%를 5개사(유진PE, KTB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 두나무,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에 추가 매도했다.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1.29%로 내려갔다.
다만 임 회장은 우리금융의 민영화에도 여전히 '관치 출신' 꼬리표가 붙는다. 그는 금융위원장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2013~2015년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임 회장은 2016년 12월 우리은행 과점주주 5개사의 대표이사들을 만나 "민영화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예보와 우리은행 MOU 해제와 관련 우리은행 전 직원에게 "이제 민간이 자율적으로 경영하는 새로운 시장 주체가 됐다"는 축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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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회장의 '원톱체제' 경영은 지난 15일 단행한 자회사대표 추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자추위 추천에서 우리금융저축은행에 이석태 전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을 선임했다. 우리PE자산운용에는 강신국 전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 우리에프아이에스에 김백수 전 우리은행 정보보호그룹장을 각각 신임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신임 대표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1000억원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 '견책' 처분을 받고 은행을 떠난 바 있다. 임 회장이 이끌던 우리금융의 '기업금융 재건'을 맡았던 그는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대표직으로 돌아왔다.
임 회장이 구축한 과점주주 체제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지분 5.57%를 보유한 IMM PE는 지난달 29일 블록딜을 통해 1.7%가량을 처분했다. 앞서 동양생명은 2021년, 한화생명은 2022년 보유 중인 3%대 지분 모두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우리금융 과점주주는 동양·한화생명이 이탈하면서 현재 한국투자증권·푸본현대생명·키움증권·유진PE·IMM PE 등 5곳으로 줄었다.
우리금융은 예보의 지분을 전부 사들여 정부 입김에서 벗어났으나 여러 주주들의 의견 조율, 이사회 내 전문성 강화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계기로 공적자금 투입으로 약화된 경쟁력을 살리려면 과점주주 체제를 보완하고 투명하고 독립성을 가진 이사회를 구축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금융은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3조1417억원 순이익과 비교해 19.9% 급감해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감소 폭을 보였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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