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사이 9명 사망…어선설계, 출항기준, 구조신호 모두 손봐야

고나린 기자 2024. 3.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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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사이 통영과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어선 사고로 현재까지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선박 복원성 기준과 풍랑 시 출항 규정, 어선 내부 장비 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풍랑경보, 풍랑주의보, 예비특보 등의 기상 상태와 배의 무게, 길이 등의 선박 상태까지 세분화한 '출항 금지 기준'을 두어야 어선의 무리한 출항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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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4시 12분께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4.6해리 해상에서 11명이 탄 139t급 쌍끌이저인망 어선이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경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4명, 외국인 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 중 10명은 통영해경과 인근 선단선 등에 의해 구조됐으나 3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다. 지난 9일 새벽에도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20t급 근해연승어선이 전복돼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사진은 통영해경이 제공한 동영상 캡처. 연합뉴스

보름 사이 통영과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어선 사고로 현재까지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선박 복원성 기준과 풍랑 시 출항 규정, 어선 내부 장비 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통영해양경찰서는 전날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침몰한 139톤급 어선 사고 수습과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고로 현재(15일 오후 3시)까지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지난 9일 통영 욕지도 해상에서 20톤급 어선이 뒤집혀 4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상태에서 닷새만에 벌어진 어선 사고다. 지난 1일에는 제주 마라도 인근에서 33톤급 어선이 전복해 2명이 숨졌다. 보름만에 어선 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어선 사고와 수상레저기구 사고 등이 포함된 해양사고 건수는 3년째 증가하고 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2023년 해양사고 통계’를 보면 해양사고는 2021년 2720건에서 2022년 2863건으로, 2023년에는 3092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해양사고 중에서는 어선 사고가 6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어선의 복원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선박 복원성은 기울어진 배가 오뚝이처럼 다시 평형을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이다.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형 어선의 경우 선박을 만들 때 적용되는 복원성 기준이 다른 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번 기회에 복원성 기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길이 24미터 이상 선박은 국제 복원성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24미터 미만인 소형 어선의 경우 복원성 승인 대상에서 면제된다.

기상 사정에 따른 출항 규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어선안전조업법은 풍랑경보 시 모든 어선의 출항을 금지하고, 풍랑주의보 때는 15톤 미만 어선만 출항을 금지한다. 경보나 주의보가 발령되기 전에 나오는 예비특보 때는 출항 금지 규정이 없다. 임남균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풍랑경보, 풍랑주의보, 예비특보 등의 기상 상태와 배의 무게, 길이 등의 선박 상태까지 세분화한 ‘출항 금지 기준’을 두어야 어선의 무리한 출항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가 70도 이상 기울면 자동으로 해경에 구조신호를 보내는 어선위치발신장치인 브이패스(v-pass) 또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1년 모든 어선에 브이패스 부착을 의무화했지만, 해양경찰청의 ‘브이패스 구조현황’을 보면 전복·침몰 사고의 경우 2022년 구조현황은 0건, 2021년은 1건에 그친다. 최근 벌어진 3건의 어선 사고에서도 브이패스 발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임 교수는 “브이패스에 에러가 많이 떠서 꺼놓고 다니는 어선들이 많다”며 “배의 기울기 등을 더 세밀하게 계산하는 보조 장치의 추가 설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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