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처음부터 '만화 야구' 했던 건 아니다…12년 전 만난 감독이 놀란 이유|인물탐구영역

이수진 기자 2024. 3.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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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개막전 참가…한국 방문한 오타니 쇼헤이
2012년 청소년 대회 참가 이후 두 번째 방한
당시 오타니 상대했던 감독이 놀란 이유는?


7억 달러의 사나이,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이도류,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 선수상을 만장일치로 두 번이나 받은 사람. 바로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입니다. 오타니 선수와 한국과의 인연,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이번 주 인물탐구영역에서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미생(未生) 시절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만화 야구' 오타니의 미생(未生) 시절


2012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오타니 선수 모습. 〈출처=JTBC, 영상취재=이학진〉

바짝 깎은 머리에, 앳된 얼굴. 18살 고등학교 시절 오타니 선수 모습입니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기에 JTBC 아카이브에서 찾아볼 수 있었죠. 오타니 선수는 당시에도 일본에서 주목받는 선수였습니다. 일본 고시엔 지역 예선에서 시속 160km/h 달성한 직후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는 따로 있었죠.

"후지나미 선수한테 초점을 맞추고 모든 걸 준비했는데…
어제 경기에서 완투하고 오늘 또 나왔는데도 9회까지 148km/h, 150km/h 던지는 아주 대단한 투수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훈 당시 청소년야구대표팀 감독(2012)

결선 리그 2차 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2대 4로 지고 말았는데, 그 중심에는 9이닝 2실점을 기록한 투수 후지나미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후지나미는 바로 전날 콜롬비아전에서 5이닝 투구를 소화했음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청소년 야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정훈 감독이 입에서도 '대단하다' 소리가 나왔죠. 일본 언론에서도 "오타니는 제구가 흔들릴 때가 많은데, 후지나미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죠.

이 대회 5,6위 결정전에서 한일 양국은 다시 만났고 오타니에게도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왔습니다. 오타니는 빠른 직구를 던지며 12개의 삼진을 뽑아냈지만 결국 2점을 내어주며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그렇게 한국은 5위, 일본은 6위가 되었죠.

이도류? 고민했던 오타니



이 대회가 끝나고, 오타니 선수는 진로 고민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어머니 인터뷰에 따르면 "아들은 프로에 가서는 투수와 타자 둘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했으니 말입니다. 투타 겸업에 도전하게 된 건, 오타니의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어머니의 바람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에서 청소년 국제대회를 치르고 돌아온 후, 앞으로의 진로와 관련해 오타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을 때다. 야구에 관해 잘 모르지만, 단지 아들이 던지는 것도, 치는 것도 다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프로에 가서는 둘 다 할 수 있는지 무심코 물었다. 그때 오타니는 설마 무리일 거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투수로는 160km/h를 던지며 목표를 달성했지만 타격에서는 제 기량을 다 발휘해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입단 교섭권을 가진 닛폰햄이 이도류 이야기를 해 내심 기뻤다."
-오타니 어머니의 인터뷰, '선수 에디터스, 〈오타니 쇼헤이〉 中'

2013년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에서의 오타니 모습.
때마침 오타니에게 일본 프로야구의 닛폰햄이 이도류를 제안하면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대신, 일본 팀에서 뛰게 됩니다. 이 시기가 선수로서 중요한 시기였는데요. 닛폰햄 구리야마 감독 오타니에게 1년 동안 외출 금지를 한 겁니다. 이유는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 겸업에 도전하기 때문에 외출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죠. 오타니의 반응은 "어쩔 수 없다", "구단에 감사하다"였다고 합니다. 구단의 지침을 잘 따르면서 엄청난 연습량을 견뎠습니다.

'진짜 괴물'로 돌아온 오타니


〈YONHAP PHOTO-1798〉 역투하는 오타니 쇼헤이 (삿포로〈일본 홋카이도〉=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1회 초 일본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역투하고 있다. 2015.11.8 mon@yna.co.kr/2015-11-08 19:24:29/ 〈저작권자 ⓒ 1980-201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리고 한국 야구팬들이 오타니를 다시 만난 건, 2015년이었습니다. 프리미어 12 한일전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당시 일본에서 오타니는 "평소에는 잘하는데, 큰 대회만 가면 제 몫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요. 한일전에 두 차례 투수로 선발 등판하며, 개막전은 6이닝 무실점, 준결승전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진정한 괴물 투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때 오타니는 정말 괴물이었어. '내가 봐도 못 치겠다'. 포크볼 150km/h가 넘는 선수가 한국에 없었잖아."
-이대호 전 야구 국가대표, 유튜브 '이대호 [RE:DAEHO]' 中

그래도 도쿄 대첩이라 불린 준결승전은 우리가 9회에 경기를 뒤집으며 승리했죠. 어쨌든, 이 대회는 이도류 오타니에게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6년 일본시리즈 우승에,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의 기폭제가 바로 이 대회였다는 거죠.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이도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8년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에 선정된 데 이어, 만장일치로 2021년, 2023년 아메리칸 리그 MVP가 되죠.

12년 전 만난 감독이 놀란 이유?



국내 감독 중 가장 먼저 오타니를 상대해 본 이정훈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감독은 선수 오타니의 성장 과정은 놀랍다며 배울 점은 배우자고 말했습니다.

이정훈 현 두산 2군 감독.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당시 우리 대표팀의 감독을 맡았다. 국내 감독 중 가장 먼저 오타니를 적으로 만나 승리를 거둔 감독이다.
"야, 정말…! 12년 전 오타니 선수를 봤을 때 '일본 최고의 투수가 되겠다'고는 생각했는데요. 메이저리그에서 저렇게 타자도 하고 투수도 하면서 MVP 받을 정도라곤 생각 못 했었거든요.

세계청소년대회 할 때 하드웨어(몸 상태)하고, 일본 닛폰햄에서의 하드웨어하고,
메이저리그 갔을 때 상하체 하드웨어보고 제가 놀랐거든요.
자기 관리, 자기 몸 만든 데에서 진짜 특별한 노력이 있었다는 거죠.
-이정훈, 현 두산 2군 감독 (지난 13일 통화)

고교 시절 오타니 선수의 몸무게는 70kg대였지만, 현재는 95kg에서 100kg에 육박한다고 한다. 투구에 힘을 싣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하루 열 그릇 넘게 먹는 등 꾸준히 식단 관리를 해온 데다, 2020년 전후로 근력 강화 훈련을 늘려 지금의 몸이 됐다.
이 감독은 단순히 오타니처럼 잘 던지고 잘 치는 것보다, 오타니의 '구도자(求道者)적인 마음가짐'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타니 선수가 외출 외박 금지 당했을 때, '저를 관리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터뷰했잖아요.
보통 선수들한테 '외출 외박 한 달만 금지하고 야구에 한 번 미쳐서 제대로 우리가 결과를 내보자!'하면 애들 전부 다 눈이 커져요. 그런데 오타니는 고등학교 졸업을 막 한 그 어린 친구가, '열심히 해서 구단에 꼭 보답하겠다' 말하는 거 보면 마음가짐이 대단한 선수죠.
(오타니 선수의) 성장 과정을 알고 우리 선수들도 준비한다고 하면, 우리 선수들도 진짜 획기적인 대형 선수가 충분히 나올 수 있죠."

참고자료:
한성윤, 〈인생은 오타니처럼〉, 써네스트, 2024
선수 에디터스, 손윤, 한승훈 〈오타니 쇼헤이〉, 브레인스토어, 2023

■ 인물탐구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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