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산은의 채점표…‘깜깜이’ 방식 도마 위로
“채권단 입맛 맞춰야 하나” 원매자 남몰래 속앓이
인수해도 반쪽짜리 성공 우려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점차 고조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 열기 속에서 남몰래 속앓이하는 인수후보자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본입찰에서 제시할 가격과 조건을 두고 일찌감치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는데, 채권단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자니 미래가 걱정되고 인수해 올 매물 체질개선에 ‘올인’하자니 KDB산업은행에 밉보일까 두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가상데이터룸(VDR) 상세실사를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적격인수후보자들은 내달로 예정된 본입찰에서 인수희망 조건을 제출할 것을 안내받았다. 이에 따라 적격인수후보자가 인수전을 완주할 의사가 있다면 본입찰에서 ▷구주·신주 비율 ▷구주·신주 가격 ▷기타사항 등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적격인수후보자로는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컨소시엄, 에어인천 등이 꼽힌다.
얼핏 보면 원매자의 선택권이 많아 매수자가 우위에 있는 상황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정반대다. 매각 측이 채점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인수후보자들은 채권단 머릿속에 들어가 그들이 원하는 제안을 스스로 내놓아야한다. 이 과정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원매자 판단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서 채권단이 보여준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합병(M&A)은 거래 초반부터 매각 측의 ‘깜깜이’ 소통방식으로 인해 뒷말이 무성했다. 분할 대상 회사의 자산·부채 등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자금조달 능력만 제시하라고 주문하거나, 지상조업 서비스 등 항공기 화물사업을 지속하는데 필수적인 자산은 아예 매각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여기에 더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각 측 입맛에 맞춰 구주·신주 인수가를 제시해야할지도 모르는 판국이다.
때문에 인수·합병(M&A) 시장의 관심은 각 후보자가 본입찰에서 보일 전략에 집중될 전망이다. 가격 제안과 요구 사항 중 어느 부분에 힘을 줄지 여부가 관건이다.
IB업계는 최종 인수후보로 선정되려면 구주 가격을 높게 제시해야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구주가 관련 논란은 지난 2019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긴밀히 협의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당시에도 공공연하게 대두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이렇게 구주 가격에 주목해 입찰가를 제출할 경우에는 그만큼 신주에 투입 가능한 실탄이 적어진다.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화물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하는 회사에 자본확충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 주력 화물기인 B747 평균 기령은 27년으로 노후해 향후 5∼6년 이내에 신규 기종 교체가 필요하다. 정비비·인건비 등 고정비만 하더라도 일 년에 수천억원씩 필요하다. 신주 매입을 통해 회사에 자금이 충분히 흘러들어가게 해야 초기 운영비용 확보가 가능하다. 구주가를 높여 인수자로 선정되면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상조업 서비스와 격납고 등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후 독자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필수요소가 거래대상엔 없는 점도 변수다.
화물·여객터미널에서 운반해 온 화물 및 수하물을 항공기에 싣고, 항공화물 운송용 컨테이너(ULD)로 도착한 화물을 기체에서 안전하게 내리는 상하역 서비스는 항공화물 사업 영위에 필수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00%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를 통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해당 자산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격납고도 마찬가지다. 격납고는 항공기 정비 및 보관에 필요한 시설이다.
결국 시설 사용료와 인력 고용비 등 인수 이후 운영자금을 어느 정도 선까지 고려하느냐 등이 전략적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예상 매각가는 1조원 내외에서 비교적 범위가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각 인수후보들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상세실사를 진행하는 한편 적정 인수가 산정을 위한 정보 파악에 분주한 분위기로 파악된다. 매각 주관사 UBS는 오는 4월 본입찰을 실시해 상반기 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하는 상태다.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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