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전투 현장서 '뱃놀이'···5900억 사업 실현되나[울산 톡톡]

울산=장지승 기자 2024. 3.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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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의 순환물길과 0.3㎞ 수상택시 수로
지역의 역사·문화 담은 워터프론트 구상
상징물 조성 등 낙후된 도시 새로운 가치 창출
실현 가능성·특혜·역사적 정당성 문제 거론
학성공원 물길복원 조감도
[서울경제]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전투현장이었던 울산왜성. 지금의 학성공원이 자리한 이곳은 도심 속 공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인근의 건축물은 절반 이상이 30년 이상 된 노후 지역이다. 울산시는 학성공원 둘레로 물길을 복원해 지역을 대표하는 수변 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을 둘러싼 해자처럼 학성공원 주위에 물길을 내고 이 물길을 태화강까지 연결하는 사업이다. 목표는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일본 구라마키 미관지구와 미국 샌안토니오 리버워크 같은 도시공간이다.

15일 울산시가 최근 공개한 ‘학성공원 물길복원 계획’을 보면 1920년대 태화강 제방을 축조하면서 사라진 태화강과 학성공원을 잇는 물길복원과 그와 연계한 수변 역사·문화공간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기본 방향은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수변(워터프론트) 조성이다. 랜드마크가 될 상징물도 만들고, 배도 오갈 수 있는 물길을 따라 복합문화공간을 만든다. 운하의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원형 다리와 폭포형 벽천, 아치형 다리와 테마정원 등을 만든다. 물길은 유출량 산정 등을 통해 적절한 홍수조절 방안과 유지용수 확보, 수질관리 방안을 제시한다.

학성공원을 한 바퀴 도는 1.1㎞의 순환물길과 학성공원에서 태화강으로 연결되는 0.3㎞의 수상택시 연결수로가 주요 시설이다. 순환물길은 폭 10m로 물길 위에서 노를 저으면서 뱃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300m 간격으로 동서남북에 4개의 선착장도 만든다. 물길 위로 학성공원과 연결되는 7개의 보행교를 설치해서 방문객의 접근성과 이동성을 높인다.

학성공원 서쪽으로는 숲과 공원, 물길을 따라 걷는 산책로를 만들고, 계절별 테마정원을 조성해서 사계절 걷기 좋은 힐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남쪽에는 페스타 광장과 복합문화공간을 만든다. 페스타 야외광장에는 학성공원 물길 복원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는 전시 체험공간을 만들고, 지하 1층과 지상 3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지어서 ‘국립성곽박물관’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 건물의 지하로 나가면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가는 수상택시 선착장과 연결되고, 지상으로 나가면 뱃놀이 선착장과 연결되고, 건물 옥상으로 나가면 학성공원과 연결되도록 만든다. 공원의 북쪽과 동쪽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쇼핑 거리와 먹거리 존도 조성한다. 유럽풍의 야외 수변 공간에 상점과 푸드트럭을 배치해서 멋과 맛이 살아있는 감성 거리로 만든다.

물길은 태화강으로 이어진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결되는 울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쇠퇴해 가는 중구 원도심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성공원 물길복원 계획 구상안

예상 비용은 약 5900억 원이다. 이중 보상비가 3963억 원에 달하고 공사비는 122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간개발 사업으로 우선 추진한 뒤 공공기여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할 계획이다. 사업의 공공성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 건폐율, 용적률 등을 크게 완화하는 도시혁신구역 제도 등을 활용하면서 학성동 일대 재개발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단순한 관광자원에 머물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제방보다 높이가 낮은 수로를 집중 호우 시 그대로 저류조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 사업으로 시는 생산유발효과 155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657억 원, 약 1000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13일 울산시청에서 학성공원 물길 복원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시

김두겸 울산시장은 “도시개발을 통한 민간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민간 투자자로부터 개발이익을 환수해 쇠퇴해 가는 학성공원 일대를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울산 대표 수변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비 조달 등 구체화된 계획이 아직 없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터를 잡고 지내온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도 “개발주체가 없어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부터 특혜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만든 울산왜성의 해자를 복원하는 것을 두고 역사적 정당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편, 울산왜성이 위치했던 이 지역은 400년 전에는 만조 때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타고 태화강을 거쳐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1920년대 태화강 제방을 축조하면서 물길이 사라지게 됐다. 울산왜성은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쌓은 성이다. 학성공원 안에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다. 1597년 12월 23일부터 다음해 1월 4일까지 조선군과 중국 명군의 총공격을 받아 성 밖에서 싸우던 왜군이 패해 성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식량이 없어 소변을 마시고 말을 잡아 먹으면서 성을 지켰다. 이후 일본에서 원군이 와서 간신히 함락을 면했다고 전해진다. 이듬해인 1598년 2차 전투에서 패한 왜군은 밤에 성을 불태우고 후퇴했다. ‘울산싸움’, ‘울산성 전투’, ‘도산성 전투’란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언론인이자 지역의 자산가였던 김홍조가 1913년 공원 일대의 땅을 구입해 숲을 조성한 뒤 울산면에 기부하면서 공원으로 변모했다. 현재와 같은 근린공원의 모습은 1960년대 조성됐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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