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중 80% 비수도권 배분…지역 필수의료 머물게 할 대책은?
"비율만 나누면 뭐하나…지역에 남을 대책 없으면 의미 없어"
(서울=뉴스1) 천선휴 권형진 이유진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각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증원하기로 한 2000명 중 비수도권에 80%, 수도권에 20%를 나누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증원과 배분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늘어난 정원이 지역 의료현장에 남을 방안 등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숫자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가 전날부터 본격 가동됐다.
배정위원회는 각 대학의 제출사항과 교육여건을 점검하고 △배정기준인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 구축 △지역 거점대의 권역 중심 병원 중추 역할 제고 △소규모 의대의 의학교육 여건 개선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의대 정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먼저 배정위는 배정 기준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늘어나는 정원 2000명 가운데 80%를 비수도권에 배분하고 수도권에는 20%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가 신청한 증원 규모는 3401명으로 비수도권 의대는 2471명(72.7%), 서울권 의대는 365명(10.7%), 경기·인천권 의대는 565명(16.6%)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대로 2000명을 비수도권 80%, 수도권 20%가 배분된다면 내년부터 의대 정원은 비수도권 1600명, 수도권 400명 늘어난다.
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이 비율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지역에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8할은 너무 많다는 의견과, 8할도 적다는 의견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필수의료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이해하는데 이 비율은 조금 과하고 6대 4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다"며 "수도권에 병상이 이미 더 많은데 6000병상이 더 들어서는 반면 지방은 인구는 물론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사가 부족한 곳은 비수도권이기 때문에 의사 증원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며 "오히려 수도권엔 이미 의사가 많은데 왜 20%까지 줘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율 이전에 정책을 밟는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정원을 늘린다는 것인데, 그들을 지역·필수의료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인재특별전형 비율을 입학정원의 60%까지 늘려 해당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들을 많이 뽑아 지역 의사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나 대책은 없다.
홍 교수는 "비율을 나누기 앞서 숫자를 그렇게 한 번에 많이 늘리는 게 맞는지가 우선"이라며 "또 나눈다고 해도 지방 의대를 다닌 의대생들이 지역 병원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제반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비율을 따져서 뭐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정부가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미흡하다"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최종안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하는 걸로 돼 있다 보니 일단 입시 중심으로만 발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의사들이 지역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 하려면 지역인재전형을 정주형으로 가야 하고, 지역에 공공의료가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사실 지금으로선 지역 수가제를 만들거나 지역에서 인턴·레지던트를 하면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경제적 보상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0명을 늘리면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사실 물음표이고, 많은 학자들이 제도 개선을 먼저 하고 인력이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왔었다"며 "지금 의료전달 체계 포함해 모든 걸 뜯어고쳐야 하는데 제도 개선은 뒤로 밀렸고, 지역에 대학을 더 보낸다고 해서 의사들이 그 지역에 정주할 보장도 없다.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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