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바꾼다"…K-동박이 '북미'로 달려가는 이유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2024. 3. 16. 07:00
[이슈속으로]
동박은 아직까진 IRA 해당 품목이 아니지만, 조만간 그 대상에 선정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IRA가 아니더라도, 중국산 부품을 쓰는 것에 대한 우려가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언제 사실상 금지 조치를 받을지 모르는 소재로 전기차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 생산라인 확보'라는 방향성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이같은 맥락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올 상반기 부지 확정-내년 상반기 착공'이라는 로드맵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 역시 지켜봐야 할 변수지만, 대세를 결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IRA 폐지'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조차 '중국 견제'라는 큰 방향성을 유지할 게 유력하기 때문이다.
K-동박 기업들에게 북미가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 당장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북미 시장에 대한 투자 구상을 접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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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러시' 계획 잡는 K-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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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앞서 북미 진출에 나선 곳은 솔루스첨단소재다. 작년부터 캐나다 퀘백에 동박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다음해부터 양산에 나서고, 2026년까지 연 2만5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이후 같은 부지에 2공장을 추가 건설해 연 6만3000톤 규모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목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 상반기 북미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투자 및 착공에 들어가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연내에 공장 설계를 완료하고, 현지 정부와 인센티브 등을 협의·확정한 후, 내년 공장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향이다. 주 거래처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북미 생산라인 인근에 공장을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SK넥실리스 역시 북미 공장을 짓기 위해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주한멕시코 대사가 SK넥실리스에 투자 요청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토요타통상과 북미 동박 생산·공급을 위한 합작사(JV) 설립 검토 업무협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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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공세에 '보릿고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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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동박 기업들은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전기차 전방시장 악화에 동박 업황 부진이 겹쳤다. SK넥실리스의 모기업인 SKC는 지난해 동박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적자전환(영업손실 2163억원)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비 86% 감소한 120억원에 그쳤고,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2년 연속 적자(영업손실 734억원)를 시현했다.
업황 부진의 배경으로는 과잉공급이 꼽히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동박 공급도 덩달아 크게 늘기 시작했고, 최근들어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6만톤, 2026년에는 1만톤 규모의 공급 초과 상태가 예상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만든 동박이 대거 글로벌 시장에 풀린 영향이란 평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자, 남은 동박들을 해외에 저가로 판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중국 기업들이 정리가 돼야 동박 업황의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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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밸류체인에서 中 제외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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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서 북미가 동박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북미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이지만, 동시에 중국에 빗장을 걸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산 원료나 소재를 쓸 경우 보조금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부터가 중국을 겨냥한 제도다. 중국의 거의 모든 기업이 FEOC(해외우려단체)가 된 뒤 미국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이 지난해 43개에서 19개로 줄었을 정도다.
동박은 아직까진 IRA 해당 품목이 아니지만, 조만간 그 대상에 선정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IRA가 아니더라도, 중국산 부품을 쓰는 것에 대한 우려가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언제 사실상 금지 조치를 받을지 모르는 소재로 전기차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K-동박 기업들에게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왓슨, 자위안커지, 눠더구펀 등 중국의 강력한 경쟁 기업들이 만드는 동박이 미국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공급 과잉'이라는 시장 상황 역시 북미와는 관계없는 일이 된다. 오히려 K-동박에 대한 러브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 천억원씩에 달할 수밖에 없는 북미 지역 투자를 적극 검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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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대세 못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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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속도의 숨고르기 자체는 이뤄지고 있다. 워낙 전방 수요와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당초 지난해 중 북미 공장 후보지의 윤곽을 잡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일정은 다소 밀렸다. SKC 역시 추가적인 투자 진행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 발표 직후 "효율적인 자금 집행에 따른 재무건전성을 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북미 생산라인 확보'라는 방향성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이같은 맥락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역시 '올 상반기 부지 확정-내년 상반기 착공'이라는 로드맵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 역시 지켜봐야 할 변수지만, 대세를 결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IRA 폐지'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조차 '중국 견제'라는 큰 방향성을 유지할 게 유력하기 때문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IRA 법안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목표에는 '에너지 안보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자립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그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IRA에 포함된 친환경 정책을 취사 선택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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