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0원짜리 책에 표지 바꾼 개정판…출판사, 불황극복 안간힘

신재우 기자 2024. 3.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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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사진=열린책들 제공) 2024.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고물가 시대에 책을 권하려면 이렇게라도 해봐야죠."

최근 출판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출판사들이 다양한 판매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만원도 안하는 고전문학부터 인기 작가의 개정판 출간까지 각 출판사에서 기존에 보유한 저서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지난해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온·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 등 77업체의 총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7% 감소한 208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해 출판업계 영업이익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출판계에 따르면 영업이익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출판사 열린책들에서는 이러한 흐름에서 최근 정가 8800원의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10종을 출간했다. 온라인 서점의 10%까지 적용하면 8000원도 안되는 금액(7920원)에 톨스토이, 조지 오웰 등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다. 2023년 책 한권의 평균 정가가 1만8000원에 달하는 시대에 그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책을 출간한 것이다.

정가를 파격적으로 인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작비 절감이 있다. 열린책들은 책날개를 없애고 책의 겉면을 하드커버가 아닌 소프트커버로 택하는 등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했다.

이번 시리즈를 담당한 권은경 편집장은 "종이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가벼운 종이를 사용하고 책 인쇄에 검은색 잉크만 사용하는 등 가격을 치대한 내릴 수 있는 선까지 해서 책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노 에디션을 펴낸 이유는 최근 어려운 출판시장 상황도 있지만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고전문학을 권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기존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가운데 거장들의 대표작과 대중적인 작품 10종을 선별해 기획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를 비롯해 '파우스트', '안나 카레니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잘 알려진 작품을 장르와 작가의 국적을 고려해 선정했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간된 시리즈에 출판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지만 권 편집장은 이같은 시도를 모든 출판사가 할 수 있을지를 묻자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권 편집장은 "세계문학 전집을 기존해 출간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며 "구간이 존재해야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출판사의 경우 이처럼 가격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번 기획을 바탕으로 열린책들은 모노 에디션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난 6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순차적으로 10종을 출간하고 이후 시장의 반응에 따라 추가적으로 세계문학을 출간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서 세계문학이 아니더라도 국내 문학이나 다양한 장르를 제작비를 낮춰 제작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최근 출간된 개정판 소설들(사진=창비, 문학동네 제공) 2024.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개정판' 출간 이어가는 출판사들…"출판사 판매 위한 현실적인 방법"

이 외에도 많은 출판사에서 택한 전략은 개정판 출간이다.

지난달에만 정지아, 백수린, 조해진 등 다양한 작가들의 과거작이 새로운 표지와 편집을 거쳐 출간됐다. 개정판 출간의 배경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개봉, 출간 10주년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많은 출판사들은 개정판 출간을 통해 다시 한번 책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가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인기작이나 인기 작가의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개정판으로 판매를 다시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가나 작품을 발굴하는 출판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개정판 출간 후 다시 사랑을 받고 있는 책도 있다. 바로 지난 1998년 출간됐던 양귀자의 소설 '모순'이다.

'모순'은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양귀자의 대표작이다. 개정판 출간 후 지난해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았고 지난달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다시 오르기까지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유튜버들의 영향과 더불어 현재 독자들에게도 공감되는 이야기로 입소문이 더해져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2020년 들어 차츰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더니 올해 더욱 사랑을 받아 출간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순위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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