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공모' 의협 수사 장기화 조짐…법적 조치 전망은

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2024. 3. 1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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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간부 5인방 각각 소환 조사했지만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을 듯
"'업무방해' 전공의 고발 전, '업무방해 교사·방조' 의협 먼저 수사 이례적"
"집단사직, 업무방해죄 적용도 쉽지 않아…충분히 예상·대비 가능했어"
의협 간부 일부, '지침 수사' 윗선 개입 의혹 제기…진술거부·기피신청으로 장기화 조짐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했다는 혐의로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들을 수사하는 경찰이 조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의협 간부들이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조사를 거부하고 수사관 교체까지 요구하면서 수사가 장기화될 조짐이 엿보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노환규 전(前) 의협 회장 등을 업무개시명령 위반(의료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 접수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사건을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이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하며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의협 전·현직 간부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들은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에 나섰을 뿐, 교사나 방조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은 지난 12일 첫 소환 당시 모욕적인 언행과 '지침 수사' 등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1시간여 만에 조사를 중단한 뒤 수사관 기피신청을 한 바 있다. 지난 15일 2차 조사에서도 고발장에 적시한 부분과 직접 관련 없는 부분에 대해 진술을 거부해 약 3시간 만에 경찰 조사가 종결됐다.

반면 경찰은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전공의를 고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에 대한 교사·방조 혐의를 받는 의협에 대한 고발·수사부터 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복지부가 전공의들을 고발하더라도 전공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형법상 교사는 범행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범행 의사를 일으킨 경우를 말하고, 방조는 범행 의사가 있는 자에게 범행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애초 '범행' 자체, 즉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으로 병원 업무를 방해한 행위의 불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7일째를 맞는 7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당직실에 불이 꺼친 채 텅 비어 있다. 황진환 기자


법무법인 명천 최종원 변호사는 "교사·방조범은 본범의 범죄가 먼저 성립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집단행위가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에 따라서 공동정범으로 재판을 받게 하는데, 전공의에 대한 수사가 개시도 안 된 상황에서 교사·방조 수사를 먼저하고 있다면 좀 이례적이고 특이한 수사 방향이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방조는 성립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본범이 처벌이 된다면 방조로는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공개적 발언을 하거나 SNS에 선동성으로 게시한 의견을 방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협이 변호인단을 구성해 의사들에게 법률 자문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을 회원 내부망에 공개하고,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홍보한 것과 관련해서도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임 회장이 자백하지 않는 한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무영법률사무소 임무영 변호사는 "집단 사직이든 파업이든 사용자가 예상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발생해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라며 "이번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은 정부도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할 시간이 있었고, 각 병원도 예상하고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의료법 위반의 경우에는 업무개시명령이 유효해야 의료법 위반이 되는데 업무개시명령은 이미 사직한 사람에게는 내릴 수 없다"며 "전공의들은 사직했고 그 효력은 민법 제661조에 의해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반드시 사직 전 근무했던 병원에 가서 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위헌적인 명령이기도 해 그 자체가 무효"라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의료법 위반도 혐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성을 넓게 보는 법조계 시각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인 이민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위험범으로 본다"며 "업무의 어떤 저하를 가져올 우려라든지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노조의 파업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파업하는 등 '위법성이 조각 사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계 파업에 대해선) 현재 위법성 조각 사유를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게 된 목적, 절차, 법령 준수 여부 등을 중요하게 보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특히 병원으로 복귀하려는 다른 의사들한테 위력을 행사한 게 있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며 "파업 참여 여부는 개별 근로자의 결정이지 다른 사람이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서 "의료는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은 적법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정당한 명령에 불응하게 되면 면허 정지·취소 등 여러 행정적 조치라든지 징역형 등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협 간부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뿐더러 혐의 입증 가능성을 놓고 법조계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의협 간부들이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을 교사·방조했다는 증거도 경찰이 찾아내지 못한다면 수사는 난항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의 의정 갈등 국면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경찰이 운신할 입지가 매우 좁다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된 의료대란 사태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관련 발언을 쏟아내는 마당에 경찰로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할 판이다.

경찰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박 위원장에 대한 3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 20일 오전 10시에는 주 위원장의 2차 조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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