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테무깡 당했어”···‘8000원 미끼’로 세계 유통 초토화
최근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테무 신규고객을 모집하는 게시글이 부쩍 늘었다. 신규가입후 24시간 이내에 다른 고객을 새로 유치해주면 원하는 물건을 추가로 파격할인해주는 마케팅 방식이다. 테무는 이같은 다단계 수법으로 한국에서도 6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의 성화에 시달린 사람들이 ‘테무깡’ ‘대륙의 발암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테무는 중국 3대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PDD)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2년 7월 미국 보스턴에 설립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49개국에 진출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앱 다운로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지난해 1월 테무 미국 가입자는 1300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510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세계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을 위협할 만큼 몸집을 키웠다.
테무가 취급하는 제품의 가격은 대부분 0.5~50달러 수준으로, 모두 ‘무료배송’이다. 중간 유통망을 없애고 제품을 직접 도매가로 배송하는 방식인데 초저가 물량 공세를 벌이는 중이다. 불과 2년만에 아마존을 위협할 만큼 미국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800달러 미만의 해외 구매 배송물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 제도’ 덕분이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는 이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미국 무역과 투자에 관한 법’을 최근 상정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의회 청문회에서 “매일 200만 개 소포가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만큼, 무관세 기준을 100달러(약 13만원)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테무와 중국 패스트패션 앱 ‘쉬인(Shein)’ 같은 업체의 저가 물품 배송으로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미국의 800달러 미만 소포 물량은 직전 회계연도보다 53% 급증했다. 관세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에 총 10억5000만개의 물품이 면세로 미국에 반입됐다.
그러나 테무나 쉬인의 평균단가가 50달러 미만이어서 이같은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레인 루트커마이어 하원의원를 비롯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최근 국토안보부와 정부기관에 테무를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위반 명단에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테무가 이 명단에 오르면 사실상 미국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독일 뉴스채널 WDR은 테무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한 결과 독일에서 판매가 금지된 자동차 문 따개를 비롯한 불법제품과 EU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가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테무 제품에서 잇달아 문제가 발생하자 독일 소매업협회는 테무 제품이 주로 배송되는 국제 저가소포에 대한 세관단속 강화를 요구했다.
프랑스는 14일 강도높은 패스트패션 규제법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해당 브랜드들은 광고가 금지되고, 제품당 5유로(약 7000원) 수준의 환경부담금도 내야 한다.
이처럼 각국 정부가 테무 제재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테무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광고에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아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 전망은 낙관적이다. JP모건은 테무가 지난해 거의 17억달러(약 2조24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테무는 작년에 주문 건당 평균 7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테무는 올해 마케팅 비용을 거의 두 배가량 올려 30억달러(약 4조원)를 사용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예상한다.
그러나 모기업인 핀둬둬가 2015년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2020년 3분기에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 순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처럼 테무도 3년 동안 ‘계획된 적자’를 염두에 두고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테무가 지난해 상반기에 연간 매출 전망을 150억달러라고 밝혔을 때는 달성 가능성을 의심받았지만, 오는 18일 예정인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는 목표치를 초과달성했을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문제제기가 된 짝퉁제품 범람이나 성인용품 무방비 노출, 마약성 의약품 같은 불법제품 유입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본다. ‘쓰레기’를 늘려 환경오염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인체에 유해한 제품들을 확산시켜 소비자 건강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유통망이 붕괴되고 각국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테무에 입점한 업체들은 우리가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중국 4선, 5선 도시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사실상 1인 공장에서 만들다 보니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보다 더 유해한 제품이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유럽에서 환경관련 인증이 가장 강력한 나라”라며 “테무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번 검사 결과를 공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중국 이커머스 상품의 위험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 교수는 “정부가 수십만개의 중국 직구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 검증을 실시할 수는 없다”며 “샘플 조사를 통해 중국 직구 제품의 유해성을 공시할 수 있다면 이들에 대한 ‘디마케팅’이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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