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 정치권이 틱톡 제재에 적극적인 이유

오윤희 국제부장 2024. 3.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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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중국 기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향후 6개월 내 미국 사업자에게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유통을 금지시킨다는 이른바 ‘틱톡 강제매각법’을 지난 3월 13일(현지 시각) 가결했다. 같은 달 7일 법안이 발의된 지 일주일 만이다. 짧은 시간에 352(찬성) 대 65(반대)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법안이 통과됐다는 사실은 틱톡 금지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미 정치권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행정부가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를 검토한 것은 지난 202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내 접속을 차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전면 사용 금지를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약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실행하지 못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틱톡을 금지할 경우, 1억 50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틱톡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신성시하는 미국은 수정헌법 1조를 통해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미 정부가 틱톡을 전면 사용 금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자 딜레마에 부딪친 정치권에선 이번엔 미국 사업자에게 틱톡을 강제 매각하도록 함으로써 중국이 틱톡 운영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우회적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틱톡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는 근거는 ‘국가 안보’다.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 정보법 7조는 ‘중국의 모든 조직과 국민은 중국의 정보 활동을 지지, 지원,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울 경우, 중국 기업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합법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무역 연구기관 힌리히재단의 알렉스 카프리 연구원은 “법과 규칙에 따라 중국 정부에 데이터를 넘겨야 할 의무가 있는 중국 기술 기업은 중국 공산당의 실질적인 대변자가 됐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익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 앞에 미 정계는 초당적으로 뭉쳤다. 뉴욕에 지역구를 둔 저말 보먼 연방하원 의원(민주당) 등 일부가 틱톡 금지를 반대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가 “외로운(lonely) 틱톡 옹호자”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법안이 발효되기까지는 상원 통과 절차가 남아 있고. 통과할 경우에도 매각금액 협상, 실사 문제 등으로 여러 가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보의 위협 앞에 미 정치권이 합심해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이 중국과의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틱톡 금지법을 추진하는 동안, 머리 위에 북한을 두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를 안보의 위협에 노출시키는데 열심이었다. 지난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동안 국정원이 담당했던 대공수사권을 경찰 등으로 이관하고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3년간의 유예를 두고 올해부터 시행된 이 법에 따라 올 1월부터 경찰이 간첩 등에 대한 대공 수사를 전담하게 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때문에 안보 공백이 생길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와 달리 북한 직파(直派) 공작원과 토착형 간첩의 접선 무대가 제3국으로 확대되는 등 첩보 활동이 글로벌화되고 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남성욱 전 국가 안보전략 원장은 조선일보 칼럼에서 세계 정보기관은 그들만의 정보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반면, 재외 공관에 근무하는 경찰 영사들은 간첩 수사 여력도, 국제 공조 네트워크도 부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검수완박’으로 인해 업무가 대폭 늘어난 경찰은 전문 분야가 아닌 첩보에 주력하는 건 고사하고 경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아무리 ‘같은 민족’임을 외치더라도 현재 북한이 우리의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명백한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친북 정치 성향을 내세워 기본적인 첩보 활동에 공백이 생기도록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국가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군사력과 경제력이 훨씬 강한 미국도 안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북한의 위협에 수수방관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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