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에 점령당한 나라…갱단 통치 현실로?
이선화 기자 2024. 3. 16. 06:00
도심엔 총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길거리에는 시체들이 즐비합니다.
400만 명 넘는 주민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36만 명은 집을 잃은 채 떠돌고 있습니다.
장 마틴 바우어 / 세계식량계획 아이티 국장
"아이티를 위한 유엔 인도적 대응 계획의 자금 조달은 단 2%에 불과합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스테판 두자릭 / 유엔 대변인
“총소리를 멈추십시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이야기입니다.
〈'바비큐'가 장악한 아이티〉
아이티가 마비된 건 갱단 연합인 G9의 폭력 사태 때문입니다.
갱단은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습니다.
앙리 총리는 3년 전 암살 당한 대통령의 빈자리를 대신해 직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지미 셰리지에/갱단 연합 'G9' 수장
"우리의 목표는 현 총리 정부를 어떻게든 전복하는 것입니다. 수도와 지방의 무장단체가 단결했습니다."
G9의 두목인 셰리지에는 경찰관 출신으로, 수많은 사람을 불태워 죽였다고 해서 '바비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총리만 물러나면 된다며 “국민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 아이티 주민
“무장 갱단은 우리를 강제로 집에서 내쫓았습니다. 우리 집을 파괴했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국서 사퇴 발표한 총리〉
앙리 총리는 이달 초 치안 인력을 요청하기 위해 케냐를 방문했습니다.
이후 갱단의 공격에 귀국길이 막히면서 푸에르토리코에 머무르게 됐습니다.
사태는 나날이 심각해졌고, 앙리 총리는 결국 아이티로 돌아오지 못한 채 물러나겠단 뜻을 밝혔습니다.
아리엘 앙리 / 아이티 총리
"각료회의 이후 대통령 과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단 선정되면 이 위원회는 국민 생활의 다양한 분야를 다스릴 것입니다."
임시 정부 격인 과도위원회를 꾸려 무정부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겁니다.
〈갱단 통치가 현실로?〉
총리만 물러나면 사그라들 줄 알았던 혼란은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습니다.
갱단이 위원회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셰리지에는 “아이티 국민은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개입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앙리 축출에 도움을 준 갱단이 새 체제로의 전환을 허용할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짚었습니다.
여기에 일부 시민들까지 갱단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미르틸 마르셀린 / 아이티 정치 활동가
“앙리 총리를 사퇴하게 만든 무장 갱단 '비브르 앙상블'에 감사합니다. 우리가 시위할 때 경찰은 최루탄과 총을 쐈지만 '비브르 앙상블'은 단결해 앙리를 쫓아냈습니다.”
미국과 케냐 등 국제사회는 아이티에 보낼 다국적 안보 지원단을 꾸리고,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단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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