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자율배상 압박하는 금융당국…과징금 등 제재에 변수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배상 기준이 되는 분쟁조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향후 은행 등 판매사들에 대한 과징금 등 제재 수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수조원대 과징금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금융당국이 압박 중인 은행권의 자율배상 규모가 제재 수위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1개 ELS 주요 판매사들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달부터 제재심의위원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ELS 손실규모가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피해규모가 큰데다 금감원이 은행권의 ELS 판매를 사실상 전부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전반적인 판매관리 부실도 드러난 만큼 고강도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감원도 ELS 판매사 검사 결과를 공개하며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기관·임직원 제재, 과징금·과태료 등의 엄중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2021년 3월 시행된 금소법에 따라 수조원대의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까지 점쳐지고 있다. 금소법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과징금 부과기준을 판매 금액의 최대 50%까지로 규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홍콩 H지수 ELS 총 판매잔액은 은행 15조4000억원, 증권 3조4000억원 등 총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은행권에서만 7조7000억원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금소법 시행 전 판매분을 제외하더라도 과징금 규모가 최소 1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ELS 판매사가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정상참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은행 등의 자율배상 규모가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을 결정지을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소비자피해 배상이 제재 양정의 고려 요인 중 하나임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에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ELS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브리핑에서 "금소법상 은행의 자율적인 배상이 과징금 고려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양정 기준에서 위법 행위자의 적극적인 사후 수습 노력은 참작하게 돼 있기 때문에 (제재 양정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자율배상 규모가 제재와 연계될 것을 고려해 분쟁조정 기준안을 토대로 한 예상 배상액 산정과 법률검토 등을 진행 중이다.
ELS 누적 손실률이 2월말 기준 53.5%에 달하고 은행권 ELS 판매잔액이 15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점, 금감원이 다수의 배상 사례가 20~60% 범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금융권에서는 은행권 전체 배상액이 1조5000억원에서 2조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천문학적 과징금이 에상되는 상황에서 배상액도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자율배상으로 과징금 등의 제재를 최소화할 유인이 있는 셈이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분조위를 거치기 전 자율배상을 실시한다면 주주로부터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율배상 자체가 은행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손실 배상액에 대한 책임을 배임 소송 등으로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배임 소지를 일축하며 은행권에 자율배상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배임 이슈를 핑계로 적극적인 자율배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배임과 관련한 여러 법률 업무를 20년 넘게 해왔는데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라며 "유사 사례, 판례, 손해배상 산정 방법 등을 수십 수백건 봤는데 수년간 판례 등에서 인정한 사례들을 뽑아서 책임분담의 개별 요소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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