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 자동차 '일자 눈썹' 속에 숨은 비밀은?
자본금 500만원으로 9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시작
매출 500억원 달성한 IL사이언스 송성근 대표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브레이크등에 적용된 일직선 라이트가 최근 고급 차량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일직선 라이트가 차 디자인에 세련미와 날렵함, 역동성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일자 눈썹'으로 부르는 일직선 라이트는 실제로는 3개의 분할된 라이트를 하나로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1m가 넘는 조명 렌즈를 한 번에 제작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외관상 '일자 눈썹'일 뿐 실제로는 '분할 눈썹'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조명 렌즈를 1.2미터 길이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국내 '개척자'가 있다.
IL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다.
송 대표는 실리콘을 활용해 조명 렌즈를 제작하는 기술로 특허를 획득했다.
실리콘 렌즈는 기존의 플라스틱과 유리 렌즈의 단점을 극복한 첨단 제품이다.
렌즈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플라스틱 렌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렇게 변색되는 단점이 있고, 유리 소재 렌즈는 파손 위험이 높다.
반면 실리콘 렌즈는 변색과 파손의 위험이 없는 데다 플라스틱 렌즈보다 더 높은 빛 투과율을 자랑한다.
LED 조명, 자동차 램프, 디스플레이, 의료기기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9평짜리 컨테이너 박스에서 시작해 5천평 규모의 공장으로…
송 대표가 세계 최초로 실리콘 렌즈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전과 극복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서 어쩌면 정해진 결과였는지 모른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9평짜리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면서 피자, 우유, 치킨 배달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가 사업에 처음 뛰어든 때는 23살 때였다. 군대를 막 제대하고 친척들로부터 500만 원을 빌려 대학교 내의 창업보육센터에서 사무실을 냈다.
LED 조명 사업이었다. LED 램프를 조립해 건설 현장에 납품했다.
당시 송 대표는 대리, 과장, 부장, 대표 직함이 박힌 4 종류의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대표'라는 명함을 내밀 경우 상대방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장 차림도 20대 당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35도가 넘어가는 한여름에도 정장에 넥타이를 착용했다. 냉방시설이 없는 현장에서도 예외 없었다.
30년 이상의 경력자가 대부분인 건설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 만의 묘책이었다.
그는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젊은 사람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땀이 뻘뻘 나도 정장만 입었다"고 회고했다.
14억 빚더미 이겨내고 코스닥 상장까지…
사업을 하면서 굴곡도 많았다.
사업 개시 5년만에 매출 10억 원 회사로 키웠다.
어느 날 송 대표에게 18억 원 규모의 LED 램프를 납품해 달라 제안이 들어왔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그 계약을 체결하고 납기를 맞춰 납품을 완료했다.
그러나 납품 업체가 부도가 나 14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알고 보니 해당 업체가 고의로 부도를 냈다.
그는 "처음부터 고의 부도를 낼 목적으로 작은 회사를 찾았던 것"이라며 "그 당시에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일이 왜 나에게 왔을까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주변에서는 그에게 파산을 권했지만 그는 부채를 청산하기로 결심했다.
한 번 파산을 하면 앞으로 사업을 할 때도 파산했던 이력이 꼬리표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파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유 중이었던 회사 지분을 판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1년 만에 14억 원의 빚을 모두 청산했다.
그리고 창업 14년만에 연매출 500억 원의 코스닥 상장사로 키워냈다.
IL사이언스는 '2023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실리콘 렌즈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의 '일자 눈썹'은 올해 기아 EV6, 폴스타5 등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IL 사이언스의 제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송 대표는 미국 진출도 타진중이라고 했다.
그의 나이 올해 37. 국가 대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그의 꿈이 결코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CBS노컷뉴스 김나영 기자 k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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