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등 지자체 였는데…" 이철우의 '어게인 신라'
신라 사회 다양성의 원천은 실크로드
"5지선다식 찍기 위주 교육이 문제죠"
"네덜란드는 놀리고 예절교육 시키는데 주력"
초저출생과의 전쟁…"집 교육 모든걸 도와줘야 해"
지방화 통해 초일류국가 가능해요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살 길은 중앙집중의 폐해를 근절하고 지방화를 이루는 것, 나라를 소멸위기로 몰아 넣는 구조적 저출산문제의 극복에 있어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4일 경북대 박물관에서 행한 '21세기 대한민국의 과제와 세계화전략' 특강의 핵심 키워드다. 이날 강연은 이 대학 '유라시아 실크로드 인문학 최고위과정'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다.
신라가 당을 물리친 그날 '도민의 날'이죠
#1. "경북 도민의 날은 10월 23일 입니다. 이날이 도민의 날인 이유는 서기 675년 10월 23일에 경북을 기반으로 설립된 나라 신라가 중원을 통일한 당나라를 한반도 강역에서 몰아냈기 때문입니다. 당시 당나라는 국력 등 여러 측면에서 세계의 40%를 차지하는, 지금의 미국과 중국을 합친 규모의 강대국인데 그런 당을 물리친 대단한 나라가 신라입니다.
지금 우리가 미중 연합군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신라가 당을 끌어들이지만 기실 당은 신라를 삼키기 위해 온 겁니다. 곳곳에 도독부를 설치하고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냈죠. 신라는 당을 물리치기 위해 676년까지 8년간 당과의 전쟁을 치뤄냈습니다"
"중국 북경에는 법원사란 절이 있어요 외국에서 (자국의)많은 사람이 죽어서 원혼을 달래려고 만든 절입니다. 그들이 내놓고 신라와 싸우다 전사한 사람들이라고 적진 않았지만 신라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건 알려진 사실이에요"
당나라를 몰아낸 신라는 천년왕국을 이어가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안정화된 태평성세였다.
6,70년대 고도성장기와 민주화를 거친 대한민국의 현재적 모습을 보자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총인구 5천만명 이상이란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지구상 단 7개국가에 한국이 포함됐지만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여 안보를 구걸하는 신세다. 경제적 성공을 이뤘지만 스스로 안위를 보위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신라 다양성의 원천은 실크로드'
그래서 신라가 더욱 대단하다는 것이 이철우 지사의 지론이다. 사회내 가치의 다양성과 지도층의 솔선수범, 책임의식이 있었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은 신라사회의 포용성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고 다른 가치의 공급루트는 '실크로드'였다.
국가의 존망을 걸고 펼쳐진 백제와의 마지막 전투에서 신라군의 두 수뇌부는 김춘추와 김유신이었다. "참모장인 김유신은 가야 출신입니다. 배타적인 국가라면 가능한 일이기나 하겠습니까. 또 한 가지 주목해 볼 대목은 그 당시 전장에서 두 지휘관은 선봉돌격대로 친척이자 혈육인 반굴과 관창을 내보내 장렬한 최후를 맞게 해요. 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강연에 앞서 박천수 경북대 박물관장은 실크로드 개관 브리핑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와 북부의 스탭로드, 해상실크로드 3개 실크로드와 모두 연결된 유일한 국가가 신라였다"며 "중원(중국)을 거치지 않고 중앙아시아, 아라비아, 멀리 로마제국과도 교역을 통해 외국 문물을 직수입했어요. 신라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였어요"라고 말했다.
신라 흥덕왕릉비에는 무역지 인간(..貿易之 人間..) 이란 구절이 있고, 천마총 발굴을 통해 확보한 유리 그릇과 세공품 숫자가 중국 특정지역에서 발견된 양의 총합보다 더 많았던 건 신라가 3개 길을 통해 활발하게 교역했던 증거라고 관련 사진을 제시했다.
"5지선다식 찍기 교육이 문제"…"네덜란드는 아이들 놀려요"
#2. "제가 일전에 네덜란드에 가서 보니까 그 나라의 교육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공부를 안시키고 계속 놀리기만 해요. 그리고 고학년이 되면 예절교육을 시켜요 네덜란드 교육을 생각해 볼 단면이지만 이 나라는 세계1위 반도체 설계업체 ASML을 보유하고 농업생산성을 통해 1인당 소득이 7,8만 달러에 육박하는 대단한 국가입니다" 이철우 지사의 말이다.
ASML은 기업 가치가 막대한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다. 뉴턴과 견줄만한 세계적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하위헌스나 '진주목걸이를 한 여인'으로 유명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르를 보유한 나라다. 지리상의 발견이 이뤄졌을 때 가장 앞서 밖으로 눈을 돌려 무역으로 국부를 축적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철우 지사는 "5지선다로 찍기에 능한 교육을 시키고 시험 1번 잘 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차라리 없는게 낫다. 대도시마다 즐비한 학원들을 없애지 않고는 교육이 바로설 수 없다"며 교육의 혁신 필요성을 언급, 심지어 '교육부 폐지론'까지 거론했다.
그는 조선왕조의 획일적 성리학적 가치관과 고리타분한 명분논쟁, 지도층의 무책임이 겹쳐 나라가 거덜나고 민생이 피폐하다 보니 국민들은 못 먹고 못 산데에 한이 맺혀, 이른바 "잘먹고 잘살려는 병에 걸린게 오늘 한국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역사상 가장 부유한 단계지만 중앙집중화 저출생의 이중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경북도, '초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집·교육 모든 걸 도와줘야"
잘 나가고 있지만 미래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현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첫째 "초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했어요"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매년 80만명의 이민을 수용하거나 신생아 수로는 매년 70만명이 태어나야 합니다"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집입니다. 집을 못 사니, 살 형편이 못되니 결혼을 포기하는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나라가 나서서 해결해줘야 한다. 집도 구해주고 아이를 다 키워줘야 해요. 외자유치하고 기업 발전시키면 뭐해요 거기에서 일할 사람이 없는데, 그렇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아이를 놓으면 하늘 같이 모셔라. 육아휴직 다녀오면 승진시키고, 아이 3명 놓으면 무조건 승진시키는 정책을 추진중"이라며 경북도의 저출산대책을 소개했다.
"지방화 통해서 초일류국가 가능해"
중앙집중화의 해법으로 '지방화'를 제시, "이를 통해서만 초일류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45년 경상북도의 인구는 300만명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1등이었어요 그러나 집중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지금은 꼴지수준으로 쪼그라든 게 현실입니다. 경북도는 획기적 주택 공급정책을 펴 2070년 다시 1위로 올라설 겁니다"
그가 내세운 초일류국가로의 비전은 지방화와 저출산 해결이지만 사실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결국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답이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1년에 10만명씩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집중화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신라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얘기로 강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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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이재기 기자 dlwor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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