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너] 金사과 시대, 이렇게라도 먹는다
유튜브엔 ‘사과 남기지 않고 깎는 법’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지난 14일 만난 상인 박모(63)씨는 “사과 값이 1년 만에 2배로 올랐다”며 “전에는 사과 3~4개를 깎아 손님들에게 맛보기로 내놓았는데 이제는 1개만 꺼내 놓는다”고 말했다.
사과는 작년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던 탓에 값이 오르면서 요즘은 1개에 5000원 정도에 팔린다. 제수용 사과는 1개에 1만원도 받는다. ‘금(金)사과’라는 말도 나온다. 사과 값이 뛰면서 다른 과일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과일을 사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만난 김모(71)씨는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수원이나 인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과일을 사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변규숙(58)씨는 “떨이 판매를 하는 시간에 맞춰 시장을 찾아 과일을 사고 있다”고 했다.
과일 농장과 직거래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강시온(27)씨는 “급하게 사과를 사려고 마트를 찾았다가 가격표를 보고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며 “자취생은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데, 배송비를 포함해도 농장에 직접 연락해 과일을 사는 편이 더 저렴하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양원혁(32)씨는 “올해 설 연휴를 기점으로 직거래 주문이 20~30% 정도 늘었다”며 “귤, 천혜향, 황금향 등을 도매로 사려는 새로운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과일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인(無人) 매장의 매출도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 광명시에서 무인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박혜정(42)씨는 “설 연휴 전부터 손님이 늘면서 요즘 하루에 20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했다. 박씨 가게에서는 작은 사과 5~6개를 6000~7000원에 팔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무인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장상건(49)씨도 “유통 단계와 인건비를 줄여 딸기를 대형 마트보다 20%쯤 싸게 팔고 있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지난 한 달간 매출이 10% 정도 늘었다”고 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사과 남기지 않고 깎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올라온다. 여기에는 “금사과는 씨 빼곤 다 먹어야 한다” “너무 비싸니 일일이 다 발라 먹게 된다”는 댓글도 달린다. 또 대형 마트별로 과일들이 그램당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예 과일을 먹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김형동(24)씨는 “요즘처럼 비싼 과일을 먹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과일 주스만 사 먹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