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중력 이겨내”... 100명 타는 스타십, ‘화성 이주시대’ 첫 문턱 넘다

김효인 기자 2024. 3. 16.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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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시도만에 지구 반 바퀴 날아
스페이스X는 14일 오전 9시 25분(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발사대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을 발사했다./AFP 연합뉴스

인류 역사상 최대·최강의 로켓 우주선인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14일(현지 시각) 세 번째 시도 만에 지구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목표 지점에서 벗어난 곳에 추락하면서 완벽한 비행은 아니었지만, 우주 발사체의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인 대기권 돌파와 궤도 비행에 성공하면서 가장 중요한 장벽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 밖에서 살아가는 인류, 이른바 다행성 종족(Multi-Planetary Species)을 꿈꾸며 우주 산업에 뛰어든 일론 머스크 테슬라 및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X에 “스타십이 인류를 화성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썼다.

그래픽=양인성

◇세 번째 시도 만에 절반의 성공

스타십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 발사 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됐다. 우주 비행사를 싣지 않은 무인 비행으로, 위성 등 화물도 적재되지 않았다. 발사 후 하늘로 날아오른 스타십은 지난해 두 번의 시도에서 폭발이 발생했던 4분, 8분을 모두 넘기며 순조로운 비행을 이어갔다. 이어 지구 저궤도 경계인 200㎞를 넘어 234㎞까지 올라 약 48분간 지구 반 바퀴를 비행했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시험 발사 때마다 빠른 속도로 진보를 이뤄냈다”며 “엄청난 중력을 이겨내는 거대한 수송 수단을 만들었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십은 당초 계획했던 비행 시간 65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도양 상공에서 추락해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통신이 두절됐다. 스페이스X 측은 우주선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지구 대기권에서 먼저 분리된 수퍼 헤비 로켓 또한 낙하 도중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 착륙에 실패했다. 스타십은 로켓 1단과 본체 2단이 모두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각각 예정된 착륙 지점에서 회수해야 완벽한 성공이 된다.

스타십의 1단인 수퍼 헤비는 개당 추력이 230t에 달하는 렙터 엔진 33개가 탑재돼 있어 총 7590t의 추력을 낸다. 로켓 재사용 시대를 연 스페이스X의 팰컨 9이 9개의 멀린 엔진으로 얻는 추력(774t)의 열 배에 가까운 힘이다. 이렇게 큰 추력이 필요한 것은 스타십이 최대 100명과 막대한 물자를 실을 수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스타십 길이는 121m로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길고 지름은 9m, 무게는 1000t이 넘는다.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길이는 47.2m, 무게는 200t이다.

그래픽=양인성

◇유인 달 착륙용 우주선으로 개발

CNN 등 외신들은 스타십이 이번 시험 비행에서 지구 궤도 비행뿐 아니라 다수의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평했다. 1단과 2단 모두 지금까지 중 지금까지의 스타십 시험 가운데 가장 멀리 비행했을 뿐 아니라 비행 중 적재함 문을 열고 닫는 실험과 추진제를 이전하는 실험 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스타십의 1차 목표인 유인 달탐사 미션 ‘아르테미스’에 필수적인 기술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르면 2026년 9월 스타십을 이용해 1972년 이후 처음으로 우주인들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우주인들은 NASA의 우주선 오리온을 타고 달 궤도에 진입한 뒤 스타십으로 갈아타고 달 표면에 착륙한다. 우주인들은 일주일간 달에 머무른 뒤 스타십을 타고 지구로 돌아온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이용해 일본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 등 8명의 민간인을 달 궤도에 보내는 ‘디어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룹 빅뱅 멤버였던 가수 겸 배우 탑(최승현)도 유사쿠와 함께 달로 향한다.

그래픽=양인성

스페이스X는 달 탐사를 통해 스타십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화성으로 향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2027년이면 첫 화성 무인 탐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화성 탐사는 머스크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목표이다. 2002년 스페이스X 창립 당시부터 인류의 화성 정착을 “언젠가 사라질 지구를 대비한 문명의 보험 정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은 직간접적으로 모두 화성 이주 계획과 관련이 있다.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와 지하 터널 굴착 업체 보링컴퍼니는 각각 화성 통신망 구축과 화성 기지 건설에 활용된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태양에너지 기업 솔라시티는 화성에서의 교통 수단과 에너지원이 된다.

다만 머스크의 원대한 계획이 미국 정부의 우주 개발 계획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달 유인 탐사를 두고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화성 탐사를 바라보며 스타십을 개발하는 머스크 때문에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의 화성에 대한 야망 때문에 스타십은 달 착륙을 위해 필요한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졌다”고 했다. NASA의 전직 고위 관리였던 대니얼 덤바허는 “스타십이 언제 달 착륙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할지 알 수 없다”며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아 (정확한 시점을) 추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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