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최남선·염상섭·김동인… 오늘의 한글 있게 한 주역 21人
한류의 뿌리
김덕형 지음 | 21세기북스 | 216쪽 | 2만2000원
BTS·봉준호…. 한류의 주역들은 쉽게 이름을 댈 수 있는 반면, 그 뿌리인 한글은 세종대왕과 주시경을 제외하면 어려울 것이다. 언론인으로 평생을 바친 저자가 한글에 영향을 끼친 21명의 삶을 정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류가 점점 거세게 흐르는 지금, 그 뿌리인 한글이 어떻게 보급·발전돼 왔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중요함을 일깨우는 책이다.
한글에 끼친 영향을 중심으로 인물들을 소환한다. 한글학자 주시경·이윤재·최현배, 독립운동가 안재홍·이인 등 일제강점기 한글 생존에 기여한 이들의 삶과 공적을 먼저 살핀다. 한용운·최남선·염상섭·김동인을 비롯해 한글의 성숙에 기여한 문인의 작업도 잊지 않는다. 저술과 주변인의 증언을 두루 참고했다.
21명의 맨 앞자리에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를 위치시킨 점이 눈에 띈다. 1886년 육영공원 교사로 초빙된 그는 한글 사용을 강력히 주장하고, 우리나라 최초 국어 정책 기관인 국어연구소 창립에 기여했다. 저자는 “헐버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매료되어 한민족의 진수를 한국인보다 짙게 음미한 미국계 한국인”이라고 썼다. 한류 열풍으로 한글을 배우겠다는 외국인이 많아지는 요즘, 적어도 그들보다는 한글을 잘 알아야 하진 않겠냐는 은유로 읽힌다.
저자는 한글의 잠재력을 서둘러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류 영향으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고, 한글이 IT 시대에 높은 확장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창제 당시 한글의 28개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컴퓨터에 구현할 수 있는 음절이 약 400억 개라고 한다. 이처럼 풍부한 음절을 지녔음에도 한글 연구를 소홀히 하면 한류 열풍은 소나기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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