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의 마지막 질문 “인간은 정녕 자유로워질까”
8월에 만나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소설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184쪽 | 1만6000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의 마지막 소설. 치매로 흐려지는 기억력을 붙잡고 다섯 번 고쳤지만, 작가는 끝내 출간하지 않기로 한 소설이 자식들의 뜻으로 출간됐다. 고인의 뜻을 어긴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나 이것으로 20세기 중남미 문학 거장의 끝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게 됐음은 분명하다.
주인공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어머니의 기일인 8월 16일마다 묘지가 있는 외딴 섬을 매년 찾는다. 중년 기혼 여성인 그는 어느 해부터 섬을 찾을 때마다 불륜을 저지른다. 인간은 언제 자유를 느끼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바흐는 스스로 욕망을 긍정한 뒤에야 주변과 자신의 삶을 처음으로 바라본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마르케스가 처음으로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장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라벤더향에 음악의 쾌활함이 더해져 속도감 있게 읽힌다.
무엇보다 소설 속 어머니의 모습이 이 소설을 출간하지 말라고 했던 마르케스와 겹쳐 보인다. 바흐는 수년을 섬에 찾아간 뒤에야 왜 어머니가 생의 마지막에 그 섬을 자주 찾았고, 연고도 없는 섬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는지 알게 된다. 둘 다 죽은 뒤에 스스로를 고독 속에 가두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는 타인으로부터 진정한 이해를 받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죽은 뒤에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란 인류의 오래된 물음에 대해, 작가는 끝없는 이해와 사랑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백년 동안의 고독’을 비롯해 고독의 길에서 인간을 탐구한 작가의 여정은 끝났지만, 그는 언제든 책 속에서 우리에게 ‘만나자’고 손 흔들고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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