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선임 ‘시끌’…국책은행·펀드·ISS가 모두 반대
오는 28일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 주주인 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일제히 사장(대표이사) 후보인 방경만 현 수석부사장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기업은행의 대주주는 기획재정부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부가 방 사장 후보 반대 진영과 연합한 모양새가 됐다. 9년간 KT&G 대표이사를 맡아온 백복인 현 사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방 후보는 지난달 22일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ISS “KT&G 사장 선임 반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14일 KT&G 주주들에게 방 후보 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회사의 경영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 임원을 (최종 후보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문사는 투자자들에게 주총 안건을 설명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선택지를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국내 회사 사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크다. KT&G의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4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KT&G의 1대 주주인 기업은행이 방 후보의 사장 선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방 후보가 수석부사장으로 재임한 기간에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KT&G 경영진을 비판해 온 행동주의 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도 방 후보에 대해 “이사회와 함께 횡령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공개 반대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장 회사의 경영 방식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사모펀드다.
정부와 행동주의 펀드, 의결권 자문사라는 ‘3자 연합군’이 국내 주요 회사의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 2019년 정부 측인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 의결권 자문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지만, 당시 조 회장은 CEO 후보는 아니었다.
◇내부 출신이 경영권 장악해온 KT&G
KT&G는 정부기관이던 전매청의 후신으로, 1987년 공기업인 한국전매공사로 전환했고 2002년 민영화돼 민간 기업이 됐다. 포스코나 KT처럼 공기업으로 출발해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이다.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민영화 이후에는 옛 전매청이나 KT&G 내부 출신들이 경영진을 구성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민영진(2010~2015년), 백복인(2015~2024년) 등 역대 사장들이 자신과 가까운 사외이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셀프 연임’하거나 후계자에게 대물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방 후보 측은 ‘연합군’의 반대 근거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한다. KT&G 관계자는 “2021년 방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이후 회사 연결영업이익은 수원 지역 부동산 개발 사업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을 제외하면 4% 성장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핵심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총 표 대결이 불가피해지면서 2·3대 주주인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지분율 6.7%)와 국민연금(6.3%), 외국인을 비롯한 소액주주(53.3%)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반대 진영의 기업은행(7.1%)과 FCP(1% 내외) 지분율을 합쳐도 10%가 안 되기 때문에 ‘연합군’ 측에서는 우군이 필요한 것이다. 반대로 방 후보 측도 KT&G 공익 재단과 우리사주조합 등 우호 지분이 9.9%에 불과하다.
다만 연합군의 승리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합집중투표제’라는 독특한 투표 방식 때문이다. 2명의 이사를 뽑는 이번 주총에선 방 대표이사 후보 이외에 손동환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기업은행 추천)와 임민규 엠케이컨설팅 대표(KT&G 추천)가 사외이사 후보로 나섰다. 주주들은 1주당 2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지지하는 후보 1명에게 2표를 몰아줄 수도 있다. 다득표자 1·2위가 이사로 선출되기 때문에 방 후보는 꼴찌만 면하면 대표이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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