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좌파 언론인’이 쓴 보수주의의 역사

최지선 기자 2024. 3. 1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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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스스로를 좌파 자유주의자라고 규정한다.

"우리(좌파)가 그토록 똑똑하다면 어찌해서 (정치적) 책임을 맡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집필을 시작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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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에드먼드 포셋 지음·장경덕 옮김/736쪽·4만2000원·글항아리
정치 전문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는 스스로를 좌파 자유주의자라고 규정한다. 그는 “동지와 같은 마음으로 좌파에 질문을 던지며 썼다”고 고백한다. “우리(좌파)가 그토록 똑똑하다면 어찌해서 (정치적) 책임을 맡지 못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집필을 시작했다는 것. 그러나 책은 편파적이지 않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가 번성하려면 반드시 보수주의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수주의 역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짚는다.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를 대표하는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의 보수주의 역사에 집중한다.

18세기부터 시작된 보수주의는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자유주의가 발본하자 이에 맞선 보수주의의 초기 저항기(1830∼1880년), 바뀐 현실에 적응하고 정치적으로 타협했으나 권력을 잃은 대실패기(1880∼1945년), 정치적 지배를 되찾은 회복기(1945∼1980년),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와 강경 우파가 패권 경쟁을 벌이는 현재(1980∼현재)다.

책 마지막 부분에 다룬 강경 우파의 등장은 현실과 맞닿아 시사점이 있다. 탈냉전 이후 세계적 혼란이 초래된 2000년대 초반부터 강경 우파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2001년 9·11테러에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자국 중심주의가 보편화됐다.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 금융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주류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런 대중의 분노를 등에 업고 각국에서 강경 우파가 힘을 얻게 된 것. 저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온건한 보수주의 세력이 강경 우파와 치열하게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수주의 역사 전반을 다루는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한국과는 다른 정치적 토양을 가진 나라들의 이야기라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세력 간 다툼이라는 정치의 본질은 어디나 같다.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입해 읽다 보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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