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음 빼앗은 마케팅 문구는 AI 작품… 사진-영상도 곧 자동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15개 감성-9개 분위기로 분류한 40만 광고 문구 학습, ‘아비카’ 개발
갤럭시24 출시 인스타 마케팅 활용… 투입 광고비 대비 10배 매출 효과
장교 때 주경야독, 상담 챗봇 제작… “누구나 세련된 마케팅 하게 되길”
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원 대표(28)는 “2022년 11월 (생성 AI 대화형 챗봇) 챗GPT가 공개되면서 AI를 이용한 서비스에 관심이 급증했다”며 “소상공인 마케팅을 돕는 AI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창업하게 됐다”고 했다. 아스타는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문구에 집중하고 있다. ‘감성 AI’에 인간의 진짜 감성이 담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간의 감성에 따라 분류된 문구를 학습했다는 의미다.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가 만들 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AI가 만드는 게 글이니, 글로써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콘텐츠 마케팅 분야가 AI 활용처로 제격이다. 양질의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때 드는 돈과 시간을 줄일 수만 있어도 승산이 있다.
● 감성 데이터 학습한 ‘아비카’
챗GPT가 나오자 사람들은 흥분했다. 광고 문구를 100개씩 만들라고 해도 주저없이 내놓았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았다. 엉뚱한 문구를 만들어내거나 결과물이 너무 밋밋해서 사용자가 업무에 적용하기 힘들었다. 이 대표는 “당시 챗GPT가 학습한 자료는 1년 전 것들이어서 최신 마케팅 트렌드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용어를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콘텐츠 마케팅을 잘하려면 문화와 트렌드, 감성, 키워드, 신조어 등을 문구에 잘 반영해야 한다. 아스타는 광고 카피라이터를 비롯한 전문가들 손을 거쳐 유명 광고 문구 40만 개를 분류했다. 클릭을 유도해줄 수 있는 소비자 감정을 안정감, 고마움, 격려, 도전, 성취 같은 15가지로 분류했고, 이를 전달하는 문구 분위기(톤)는 ‘친근한’ ‘전문적인’ ‘대담한’ ‘유익한’ ‘재치 있는’ ‘설득력 있는’을 비롯해 9가지로 나눠 감성 AI 아비카를 학습시켰다.
관건은 얼마나 쓸모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 인간 업무를 잘 돕느냐일 것이다. 같은 홍삼 제품을 팔더라도 구매 대상이 젊은 층이면 효심에 초점을 맞춰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마음’을 던지고, 중장년층이라면 활력과 도전을 강조한 ‘당신도 모르는 사이 몸속부터 건강해지는 기적의 비밀’ 같은 문구를 내놓는 식이다. 시장에서 나물 파는 가게 홍보 문구로는 ‘쓱∼ 지나면 맛볼 수 없는 봄의 맛’을 내놓기도 했다.
갤럭시 S24의 성능과 특징을 넣어줬더니 아비카는 이런 광고 문구를 만들었다. ‘갤럭시 S24를 손안에, 세계를 내 손안에’였다. 마케팅 담당자가 문장 끝부분을 다듬기는 했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실시간 통역 기능과 이미지에서 특정 부분을 지정하면 해당 부문만 검색하는 기능 등을 참고해 세상과의 대화가 손쉬워진 것을 표현한 듯했다.
● 원고지 7장 분량 글도 매끄럽게
이 대표는 “국내 유명 광고기획사와 협업해 평가를 받았는데 89% 만족도를 보였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사람이 작성한 글보다 아비카의 글이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며 “사람이 쓴 것 같은 풍성한 표현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감성과 톤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대기업 실무자 반응 중에는 ‘기업은 저마다 감성과 보이스(소리)가 있는데 이를 아스타 (AI) 엔진이 잘 해결해주는 편이다’ ‘제품의 소구점을 감성과 분위기까지 반영해 살려줘서 생산성이 10배는 좋아진 것 같다’ 등도 있었다고 전했다. 광고기획사 HS애드와 소상공인 지원 기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도 아비카를 활용했다.
● 장교 복무하며 AI 공부
아스타의 감성 AI 아비카는 일종의 튜닝된 인공지능이다. 이 대표는 “한국어를 지원하는 맞춤형 거대언어모델(sLLM)을 기반으로 튜닝했다”고 했다. 운용하면서 생성된 문구와 시장 트렌드들을 다시 학습 데이터로 넣어 AI가 스스로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기법도 적용 중이다.
이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를 졸업했다. 육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며 독하게 주경야독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AI 기술 서적과 자기계발서를 400권이나 읽었다. 인사과장 보직을 맡아 병사들 병영 생활을 돌볼 때 감성 AI 기반 상담 챗봇을 만들어 활용했다. 병사들 진로 관련 교육을 하다가 창업 교육에도 관심을 가진 것이 계기가 돼 제대하고 SM창업영재스쿨을 만들어 운영했다. 교육생 경영 컨설팅까지 하다 보니 마케팅으로 연결됐다. 이 대표는 “마케팅이 중요한데도 소규모 회사나 가게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아스타를 차리게 됐다”고 했다.
감성 AI 기반으로 콘텐츠 마케팅을 자동화하는 사업을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여러 곳에 얘기하고 다니던 과정에서 변돈우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연이 닿았다. 변 CTO는 엔씨소프트와 와이더플래닛, NHN 등에서 데이터와 광고 플랫폼 등을 다뤘다. 카피라이터들도 함께하고 있다. 유행어와 신조어가 포함된 새로운 데이터를 섬세하게 분류할 때 전문가 안목이 필요해서다.
아스타는 아비카 개발 과정에서 만들게 된 카피라이팅 알고리즘, 데이터 학습 및 반영 방식, AI 자가 성능 발전 방식 등의 특허를 출원해 두고 있다.
● “이미지와 영상까지 자동화”
마케팅 텍스트부터 이미지와 영상, 마케팅 집행 결과와 관리까지 한 번에 하는 원스톱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을 내놓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구독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여러 대기업과 소상공인,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아스타마이즈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아스타는 카피클 서비스를 운영하며 1억 원이 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 아스타마이즈 운영이 시작되면 매출 50억 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사진과 영상, 제품을 소개할 사람까지 모두 AI로 구현이 가능해지고 있다”며 “대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도 세련된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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