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종섭 출국’ 대통령 고발…대통령실 “공수처 탓”
15일 민주당은 직권남용과 범인도피 혐의로 윤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외교부·국방부 소속 공무원을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이 대사를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수사 외압을 가한 피의자로 보고 출국 금지를 했었다. 민주당은 “범인도피의 죄책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실상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국회 국방위에선 “마피아 보스가 조직의 과업을 수행한 부하를 챙겨주는 그 모습 그대로다”(기동민), “이 대사를 수사하면 다음 타깃이 곧바로 대통령실,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칫 총선에 큰 영향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무릅쓰고, 해외로 도피시킨 것”(송갑석)이란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종섭 호주대사 빼돌리기 주장은 어불성설, 공수처의 부당한 출국금지와 수사 비밀 유출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전날 이례적으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방송에 출연해 “공수처가 (이 대사를) 조사도 하지 않으면서 출국금지를 연장한 건 기본권 침해이자 수사권 남용”이라고 공수처를 비판한 데 이은 조치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9월 민주당이 이 대사를 고발한 뒤 공수처가 6개월간 조사를 하지 않은 걸 거론하며 “출국금지를 했으면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하고 결론을 내야 했지만, 공수처는 두 차례나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하고 그 이후에도 이 대사를 소환하지 않는 등 어떠한 적극적인 수사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 회피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이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며 “재외공관장은 일정이 모두 공개된다. 수사를 피해 숨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의도도 의심했다. 이 대사가 임명된 직후 공수처가 출국금지 사실을 특정 언론에 흘리며 수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수사 기밀을 흘리고 있다면 민주주의를 흔드는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에 관련 사안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 위원장이 14일 기자들에게 “(이 대사)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는 문제는 아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면 조사받을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의 기대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내부에서도 “임명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안타깝다”(13일 나경원), “임명 철회가 마땅하다”(14일 이상민)는 의견이 나왔다. 15일에도 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이 “여당 지지자 중에도 걱정하는 분들을 현장에서 꽤 접한다. 당 지도부나 정부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인·임성빈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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