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산수유 폈다는데…주말 `봄꽃 나들이` 떠나볼까
어영부영 하다간 놓친다.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서야 한다. 겨울 추위가 지나고 봄 기운이 느껴지는 이때, 주말을 틈타 봄꽃 나들이를 다녀오면 어떨까.
이미 남쪽 지역을 시작으로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제주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뿐 아니라 매화, 산수유, 목련 등 봄꽃 소식이 전국에서 들려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봄꽃들은 요즘 더 빨리 피고 진다. 망설이면 늦는다.
광양에선 매화가 한창이다.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는 광양매화축제는 8일 개막해 17일까지 진행된다. 매화는 봄을 가장 빠르게 알리는 꽃이다. 광양매화축제가 열리는 매화마을은 매화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전국에서 봄꽃에 취하고 싶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매화꽃과 섬진강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섬진강 뱃길 체험 행사도 인기다. 축제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는 뱃길 체험은 수월정 인근 섬진포구에서 탑승해 20여 분 동안 매화꽃 흩날리는 섬진강을 즐길 수 있다.
올해 광양매화축제는 지난해보다 이틀 먼저 시작됐는데 예년보다 높은 기온에 개화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축제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입장객에게 5000원을 받는다. 대신 같은 금액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준다.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취지다.
국내 최대 산수유 산지인 구례에선 '구례 산수유꽃축제'를 만날 수 있다.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 일원에서 산수유 꽃말인 '영원불변의 사랑'이란 주제로 17일까지 열린다. 산수유 열매까기 대회, 어린이 활쏘기 체험, 산수유 꽃길 걷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산수유수제비, 수구레국밥 등 향토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소박하고 겸손해 보이는 야생화에 마음이 가는 이들이라면 원주 치악산을 찾을 만하다. 봄 산을 오르는 경험도 함께 할 수 있다.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봄을 대표하는 복수초, 너도바람꽃, 깽깽이풀, 생강나무 등의 야생화 개화가 관찰됐다. 탐방로 곳곳에서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다. 고지대 탐방로 이용이 어려운 탐방객들은 저지대에 있는 구룡지구 대곡의 자생식물관찰원에서 야생화 개화를 살펴볼 수 있다. 대곡자생식물관찰원은 구룡사에서 세렴폭포 방향으로 20분가량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멀리 떠나는 게 부담되는 이들은 가까운 고궁을 추천할 만하다. 평소 관람객의 접근이 제한되는 창덕궁 낙선재 뒤뜰을 둘러보며 봄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이달 22일부터 28일까지 낙선재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관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낙선재는 조선 헌종(재위 1834∼1849) 시기인 1847년 지은 건물로, 헌종이 서재 겸 휴식 공간으로 쓰고자 지었다. 고종(재위 1863∼1907)의 막내딸 덕혜옹주(1912∼1989)를 비롯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가족이 1989년까지 머문 곳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문화유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낙선재의 건축적 특징, 낙선재를 조성하게 된 배경과 역사 등을 배울 수 있다. 아기자기한 꽃담과 봄꽃이 흐드러진 화계, 정자 등도 만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이달 29일부터 목련 축제를 연다. 올해는 산정목련원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정목련원은 수목원이 50여 년간 가꾼 목련 부지로 오래되고 다양한 종류의 목련이 심겨 있다. 탐방객들은 수목원을 가꾸는 가드너와 3시간 동안 산정목련원을 둘러볼 수 있다.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는 이달 23일부터 4월 1일까지 10일간 열린다. 진해구 충무동 중원로터리와 북원로터리를 중심으로 벚꽃 길을 걸으며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창원시는 지난 군항제에서 문제되었던 바가지 요금에 대한 대책으로 부스 실명제, 신고포상제 운영, 삼진 신고 아웃제 등을 운영한다. 진해군항제를 맞아 전야제 날인 3월 22일부터 4월 1일까지 11일간 진해구 주요 벚꽃 명소를 순회하는 창원시티투어버스 특별노선을 운영한다. 특별노선을 이용하는 관광객은 약 1시간 동안 진해역, 진해루, 경화역 등을 경유하며 벚꽃 명소를 감상할 수 있다.
노란 유채꽃 물결로 뛰어들고 싶은 이들은 경남 창녕을 찾을 만하다. 창녕군은 지역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인 '창녕낙동강유채축제'를 내달 4일 개최한다.
당초 내달 11일부터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겨울철 잦은 비와 평년보다 높은 기온 영향으로 꽃이 빨리 개화할 것으로 예상해 축제 시기를 앞당겼다. 낙동강 용왕대제를 시작으로 축하공연, 전통 문화행사, 체험행사, 블랙이글스 에어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7일까지 펼쳐진다. 주 무대는 창녕군 남지읍 110만㎡ 규모의 낙동강 유채밭이다. 낙동강과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남지철교(경남도 등록문화재)가 있어 운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100만명 넘게 축제를 찾았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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