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분담금이 5억? 쑥 들어간 재건축 강행 목소리
공사비 암초 만난 재건축 현장 가보니
재건축뿐 아니라 재개발도 공사비 인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은 높다란 타워크레인 14대가 늘어선 채 공사가 중단돼 스산한 분위기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인 이곳은 시공사가 2017년 선정 때보다 28% 늘어난 공사비를 요구해 조합에 내분이 발생했다. 집값 안정화와 낙후 지역 개선의 실마리인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이 공사비 문제로 곳곳에서 멈추거나, 잡음을 내고 있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최대 걸림돌이던 초과이익환수제가 윤석열 정부 들어 분담금 완화 쪽으로 개정돼 오는 27일 시행을 앞뒀고, 진입 문턱인 안전진단도 사실상 사라졌다. 사업들이 순항할 것으로 기대됐는데 공사비 암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사비 부담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자잿값의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떨어지지는 않고 있고, 한 번 오른 인건비는 구조적으로 매년 오를 수밖에 없다. 그사이 신설된 각종 규제의 영향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1년 시행된 레미콘 토요 휴무제 등 규제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 기간이 3~6개월씩 늘었다”며 “이로 인한 공사비 증가는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2022년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와 중대재해처벌법(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자 기준, 50인 미만에선 올해 적용)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이로 인한 전체 공사비 원가 상승률이 15%를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내년 도시정비사업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공사비 부담이 급증하고, 집값도 2021년 고점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채산성이 낮아지자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곳에선 시작부터 머뭇거리고 있다. 경기 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 5곳은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을 앞두고 있지만 주요 단지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해 말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서울 목동도 마찬가지다. 해당 지역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추정 분담금이 2020~21년 대비 거의 2배라 사업 추진을 강행하자고 목소리를 내는 조합원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향후 전반적인 도시정비사업 진척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 경기 반등 등 일부 호재는 예상되지만, 이미 크게 오른 원자잿값이 극적으로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년간 건자재 PPI 상승률은 35.6%로 전체 PPI 상승률인 22.4%를 크게 웃돌았다”며 “건설 수주와 착공 건수 감소로 올해 건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수요 하락 폭은 시멘트 -1.0%, 철근 및 봉강 -1.9% 등이라 가격 하락 폭도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자재 시장 정상화 등 도시정비사업의 ‘간접적 지원’ 정책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정비사업은 윤 정부의 주요 주택공급처인 만큼, 사업 지연으로 공급이 늦어지면 집값을 들쑤시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이충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안정적인 건자재 수급을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와 건자재 생산사가 원자잿값 변동과 수급 애로에 따른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 운영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건자재 시장 정기조사제 도입,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수급 예측 시스템 개발도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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