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7개국, 공급망실사법 가까스로 승인…적용기준은 대폭 완화

정빛나 2024. 3. 1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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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인권·환경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법이 가까스로 무산 위기를 넘겼다.

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7개국 대사급 상주대표회의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이하 CSDDD)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CSDDD는 기업이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강제노동이나 삼림벌채 등 인권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고 문제 해결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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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인권·환경보호 의무 부여…위반 시 글로벌 매출 5% 과징금
적용기업 '매출 2천억→6천억' 상향…韓 등 제3국 기업도 영향권
EU 집행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기업에 인권·환경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법이 가까스로 무산 위기를 넘겼다.

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는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7개국 대사급 상주대표회의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이하 CSDDD)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CSDDD는 기업이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강제노동이나 삼림벌채 등 인권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고 문제 해결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다.

규정 위반 시 과징금 상한을 전 세계 연 매출액의 최소 5%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날 대사들의 승인은 작년 연말 이사회(27개국)·유럽의회·집행위 간 3자 협상 타결에 따른 후속 조처로, 통상적으로라면 형식적 절차에 해당한다.

그러나 독일 연립정부의 일원인 자유민주당(FDP)이 CSDDD 시행 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뒤늦게 제동을 걸면서 수주째 지연됐다.

독일이 연정 내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EU 투표에서 기권하는 관례에 따라 기권한 데 이어 EU 주요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가세하면서 승인 투표가 최소 두 차례 연기됐다.

승인에 필요한 정족수인 전체 회원국의 55% 이상(15개국 이상)과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6월 유럽의회 선거 일정 탓에 현 의회 회기가 내달 말에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이달 안에 27개국 승인이 나지 않으면 남은 절차가 선거 이후로 미뤄지거나 최악엔 아예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 바 있다.

결국 의장국 벨기에는 규제 적용 기준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최종안을 수정한 뒤에야 어렵사리 이날 승인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안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적용 대상 기업 기준이 EU 회원국 내 직원 수 1천명 이상이고 글로벌 매출액 4억5천만 유로(약 6천527억원) 이상인 기업으로 수정됐다고 AFP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직원 수가 500명 이상, 전 세계 매출액이 1억5천만 유로(약 2천175억원)였던 원안에 비해 대폭 완화된 것이다.

또 가결 전 입수된 수정안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CSDDD 의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관련 문구가 삭제됐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성명을 내고 "EU 회원국들이 CSDDD를 대폭 완화하는 데 동의하면서 (기존 대비) 기업 3분의 2 이상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게 됐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하는 법의 역량도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CSDDD는 이날 대사들의 승인에 따라 조만간 27개국 장관과 유럽의회가 각각 공식 승인한 뒤 발효된다. 실제 시행 시기는 2027년 전후가 될 전망이다.

EU의 입법 종류의 한 형태인 지침(Directive) 관련 규정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지침 발효 2년 이내에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

본격 시행 단계가 되면 제3국 기업 역시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게 되므로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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