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뺏어도…‘창의적 협업’으로 새 일자리 창출해야
이준기의 빅데이터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쏟아내고 있는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소멸에 관한 예측은 이런 우리의 불편함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예측에서는 향후 5년간 약 1400만 개의 일자리(전체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였으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체 일자리의 4분의 1을 대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과연 생성형 인공지능의 약진이 일자리의 소멸로 이어질까.
기술·고용에 관한 인간 예측은 한계 있어
기술 발달과 이에 따른 고용 불안감의 확산은 산업혁명 이후 보편적인 인간의 불편함을 대변한다. 러다이트 운동을 굳이 끄집어내지 않아도 인간은 기술의 발달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경외감을 보이지만 다른 측면에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이 대체한 인간의 직업군보다는 새롭게 창출한 고용이 많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금번에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산업혁명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은 물리적인 노동력에 국한되었지만 새롭게 개발되는 인공지능과 인텔리전트 로봇은 노동력과 사고력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불안감은 막연하다기보다는 현실적이라는 쪽에 더 가깝다.
솔직히, 기술과 고용 특히 사회 변화에 관한 학계의 과거 예측들은 동전 던지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측이 벗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인간의 미래 예측이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 만들어지는 현상의 상호작용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것은 마차가 자동차로 대체되었을 때 인간 예측의 한계는 현재 관찰할 수 있는 마부와 말똥을 치우는 인부가 없어지리라는 것에 국한되었지, 거대한 철강산업의 부상과 그에 따른 인프라 산업의 부흥 그리고 기존 공간에 대한 개념 파괴로 인한 도시 공간의 확대에 따른 고용 창출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다는 데에 있다.
연구자와 기술 개발자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사실은 ‘직업’이 사회적 관계에서 여러 부분과 결합되어 있는 복합체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인공지능을 잉태한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지난 2016년 공개석상에서 “향후 5년 이내 인공지능이 영상의학 분야의 전문의를 대체할 것이다. 영상의학 전문의의 양성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영상의학 의사의 업무는 단순히 영상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진에서 예후를 판단하고, 과거의 사진과 비교해 다른 분야의 의사와 의논해 질병이 다른 부분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는가를 보고,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와 현재 처해 있는 현실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분적인 영상 판독만을 갖고 인공지능과의 대체성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첫째는 마부와 말똥 치우는 인부가 그러했듯, 걱정해야 할 직업군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무 영역이 인공지능과 겹치는 직업군이다. 나의 일의 대부분이 단순 작업을 생성하는 것(예를 들면 웹툰의 주변 그림, 게임 화면의 배경 그림 만들기, 단순 번역, 판례 수집, 마케팅 카피 만들기, 단순 고객 응대 등)일 경우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자신이 생성하는 콘텐트의 수준을 전문가급으로 높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일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창의적이지 않은 것에 쏟고 있다면 분명히 걱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우리가 보통 기술 진보와 변화에 대해 말할 때 종종 권력의 개입이란 방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술이 변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이득을 위해 기술을 그 방향으로 사용하게 될 때 의도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인 대런 애쓰모글루는 2023년 그의 역작인 『권력과 진보』에서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진보라고 당연시하는 풍토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은 농업혁명, 산업혁명의 기술 발달은 초기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지 못했고, 권력자들이 이런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편익을 독점하려 했다는 것을 분석해 보여줬다. 결국 그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기술 앞에서 대중은 권력에 대항한 투쟁을 통해 분배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하다는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가 가진 의무교육 시스템, 합법적 노동조합의 활동, 반 독과점법 등이 초기 산업시대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이 회자하고 있는 기본소득, 로봇 도입에 대한 세금 부과, 근무시간 줄이기 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I, 5년내 인간이 만든 모든 시험 통과할 것
인공지능과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마지막, 그리고 좀 더 진취적 시각은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가치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 기업, 국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하는 것을 결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는 현재의 업무 프로세스에 인공지능을 넣어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경쟁력을 키우고 차별화하기 위해 단순하게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인공지능의 결합을 최적화시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다. 개인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책과 교육에 의해 습득하던 지식에 인공지능을 더한다면 새로운 지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현재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뛰어날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프로기사 신진서 9단은 인공지능의 블루 스폿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수)을 연구해 기존의 바둑책과 스승으로부터 배운 전통적 방법에 더해 새로운 바둑 지식을 획득하는 독보적인 분야를 개척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인공지능이 인간이 만든 모든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동의한다. 앞으로 회계사, 변리사, 부동산 중개업, 의사, 변호사 시험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시험을 인공지능이 통과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험에 합격한 회계사일지라도 지식 활용에 대한 수준은 각기 다르다. 이것은 사고의 차이에서 생길 수 있다. 향후 모든 인간은 이런 전문 지식을 술술 말해줄 수 있는 인공지능을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준비된 소수의 인간만이 자신의 지식에 인공지능의 지식을 더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기술과 고용에 대한 사람들의 예측은 틀릴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당신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에 일을 뺏기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더 나은 새로운 일을 맡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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