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1++등급 사골 육수에 소시지…부대찌개가 개운하다

2024. 3.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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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의 ‘SNS시대 노포’
사진 1
노포의 범주에 부대찌개 식당을 넣을 수 있을까. 소시지·햄 등 서양 재료가 들어간 퓨전요리를 ‘전통 한식’과 같은 반열에 넣을 수 있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도 그 점을 강조한다. “여러 국가들에서 기원한 다양한 음식 재료들이 융합된 형태면서도 매운 찌개라는 한국 요리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유지하고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외국인에게 두루 인기 있는 “대표적인 한국 요리”이며, “격동의 세월이었던 한국 현대사 자체를 상징하는 음식”이라고도 하니, 그 세월이 담긴 가게를 노포라 부르며 찾아갈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의정부, 송탄, 파주, 군산, 용산 등에는 조금씩 다른 형태의 부대찌개를 파는 가게들이 밀집해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 부대에서 먹던 스팸· 소시지·베이컨 등이 유출되어 한국의 김치, 찌개 등 음식문화와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중 1970년 창업한 용산 ‘바다식당(사진1)’으로 향했다. 다른 식당들과 달리 맵지 않은 부대찌개라는 ‘존슨탕(사진2)’ 맛이 궁금했고, 이태원에 밀집한 트렌디한 미술관들을 엮어서 갈 수 있다는 접근성도 좋았다.

사진 2
메뉴판을 받아들면서 음식의 유래를 물었다. “존슨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창업자가 독일 이민 시절에 자녀들을 먹이려고 독일에서 구하기 쉬운 양배추와 소시지·햄들을 사골 육수에 넣고 조리하면서 개발한 음식이라고 한다. 미군부대 근처라는 지리성보다는 독일 이민이라는 의외의 역사가 강조되어 흥미로웠다.

메뉴판에 의하면 메인 메뉴인 존슨탕은 한우황소 1++등급 사골을 24시간 푹 고아낸 육수에 소시지·햄·양배추 등을 넣고 조리해낸 음식이다. 육수의 재료가 좋고 김치의 매운 맛이 아니라 양배추의 단맛이 우러나와서 국물맛은 은은하고 부드러웠다. 채소도, 길이 0.3㎝ 크기의 정육각형으로 썬 작은 고기도 아주 신선했으며 하나하나 식감이 살아있었다. 이를 위해 테이블 위에서 끓이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요리로 내는 방식을 택했으리라. 덕분에 부대찌개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후기 중 가장 많은 내용이 “맵고 자극적이고 칼칼한 부대찌개와는 구별되는 맛”에 대한 것이다, “순하고 부드럽게 개운하면서 단맛 도는 맛” “의외로 건강한 맛”이라고. 밑반찬으로 계속 새로 무쳐내는 신선한 나물과 직접 부쳐먹게 세팅해둔 계란 후라이도 후기에 자주 등장한다.

존슨탕은 2인분이 2만4000원, 3인분이 3만6000원, 4인분이 4만8000원이다. 말하자면 1인당 1만2000원. 공기밥은 1000원으로 별매다.

이민영 여행·미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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