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내실 운영 '내동댕이' 영광군 공립요양병원 수탁 공모 논란…법원, 집행정지
영광군, "수탁 계약 공개 모집 원칙 담긴 조례에 따라 공모 절차 밟고 있다"
법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예방하기 위해 집행 정지"
전남 영광군 공립요양병원의 위·수탁 계약 갱신을 두고 군이 새로운 수탁 운영자를 공개 모집하고 있습니다. 군은 관련 근거로 민간 위탁 기본 조례 제9조를 명시했지만, 상위 법인 치매관리법에 반하는 내용으로 자칫 행정력 낭비는 물론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고령 환자들의 피해가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15일) 오후 영광군 공립요양병원을 운영 중인 호연재단 영광종합병원이 영광군수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광주지방법원이 인용하면서, 군이 추진 중인 수탁 운영자 공모가 파행 또는 중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법원은 행정처분으로 인해 영광종합병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영광군 공립요양병원은 지난 2004년 5월 수탁운영자 모집 공고에서 영광종합병원이 단수 지원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영광군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6.9%에 이르러 치매 전문 병원이 필요했고, 영광종합병원이 현 병원 부지인 영광읍 단주리 일대 부지를 기부채납 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졌습니다.
수탁을 맡은 영광종합병원은 5년 단위로 운영평가를 통해 특별한 문제 없이 2009년 2차, 2014년 3차, 현재 4차 위수탁 기간 중이며, 만료일은 올해인 2024년 5월 26일입니다.
치매관리법 제16조3항과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 5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요양병원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부지 또는 건물 등을 기부채납 했다면, 같은 수탁 병원과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 배경에는 늘어나는 치매와 암 등 요양이 필요한 노인 환자는 늘고 있는 반면, 공립 시설을 확충하기에는 예산과 운영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간 병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 적절한 노인 건강 정책을 펴기 위한 방책인 셈입니다. 영광종합병원 측 또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요양병원을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기부채납까지 이뤄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합니다.
물론 공립요양병원을 엉망으로 운영하거나 병원이 문을 닫는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수탁 병원이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광군 공립요양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이 시행한 운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았습니다. 또 평가 대상 전체 요양병원 42곳의 평균 점수는 69.4점인데 영광군 공립요양병원은 85.1점을 받았습니다. 수탁 운영 중에도 의료서비스나 재정 건전성 부문에서도 관련 법에서 제시한 계약을 해지할 만한 특별한 중대 사유가 없습니다.
수탁 공고를 낸 영광군 보건소 관계자는 "치매관리법 제16조 3항에 '공립요양병원의 운영을 위탁하려는 경우에 이를 공고해 일반 입찰에 부쳐야 한다'는 게 원칙으로 판단했다"며, "이후 조문인 '다만, (중간 생략) 재산을 기부채납 한 자에게 위탁하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단서 조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영광군 조례에 따라 수탁 계약은 공개 모집이 원칙"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미 2019년에 치매관리법 15조 3항의 근거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19조 5에 따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행정 소송에서 지자체가 기존 위탁병원 측의 재수탁을 거부할 수 없는 판례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치매관리법을 개정하면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한 회의록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공립요양병원이 지자체별 조례로 다르게 규율되고 있고, 국가 차원의 일관성 있는 의료행정이 어려워서 이렇게(수의계약을 통한 공립요양병원) 설립·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취지는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설립 당시에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위탁 계약을 한 수탁자들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의료 분야 전문가는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수탁자를 바꾸려 한다면 결국 어느 병원이 수익성도 없는 요양병원 운영을 위해 기부채납까지 할 것이냐?"며 "이런 행정이 반복되면 안정적인 요양병원 운영이 불가능하며 그 피해 또한 고스란히 공립요양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민간 병원에 수탁하는 이유는 공공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인데, 20년 간 내실있게 운영해 온 공로를 인정하지 못할 망정 바꾸려 하는 건 잘못된 행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영광종합병원 관계자 역시 "현재 130여 명의 치매 등 노인질환 환자가 병원에 있다"며 "그동안 치매 환자 진료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과 쌓아온 신뢰 관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수탁 운영 공고에 대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병원 측은 오늘(15일) 영광군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처분을 법원이 받아 준 만큼, 기존대로 계약 갱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광군은 오는 22일까지 공립요양병원 수탁자 공개 모집을 진행하고 있지만, 법원 측의 집행 정지 결정에 따라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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