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詩의 뜨락]

2024. 3. 1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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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아

할머니의 전단지를 받지 않은 남자가 애인과 다툰다 왜 받지 않느냐 손 한번 내미는 게 그렇게 어렵냐 굳이 받고 싶지 않다 안 받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꼭 받아야 할 의무도 없다 여자는 손을 놓고 너는 할머니의 마음을 왜 모르냐 남자도 손을 놓고 네 마음도 모르는데 모르는 할머니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말과 말이 싸우고 모르는 할머니와 모르는 마음을 가늠하고 추위에 달라 붙은 사이, 두 사람의 정수리엔 눈송이가 뿔처럼 솟아 있었고 늦은 밤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바닥에 찢어져 있었다

-시집 ‘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걷는사람) 수록

●임주아 약력
 
△1988년 포항 출생. 201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죽은 사람과 사랑하는 겨울’ 펴냄. 전주에서 책방 ‘물결서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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