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의사들에 쏟아진 스팸문자…전체 개인정보 어디서 샜나?

한기호 2024. 3. 1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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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보건복지부 주도로 의정(醫政)충돌이 고조되는 와중, 사실상 14만여명 의사 면허 소지자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스팸 광고문자가 발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5월~2014년 4월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흉부외과 전문의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광고 스팸을 받았다"며 "임상진료를 하는 의사들만 받은 게 아니라 수십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임상진료를 전혀 하지 않는 분들도 일제히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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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자 모두 광고스팸이…" 오전 한 번호서 대량발송
"전체의사 개인정보 가진 곳 복지부·의협뿐" 불법유출 의혹
세종청사 인근 광고대행사 연루…"영업사원 잘못" 사죄문
사과문 고쳐 "공기관 전혀 무관" 더한 듯…복지부 "파악중"
이날 오전 9시 27~29분 무렵 동일한 휴대전화 번호로부터 "안녕하세요. 일전에 마케팅 문의 주셔서 문자드립니다. 통화 가능하실때 전화주세요 :D"라는 내용의 'Web발신' 문자를 받았다는 현역 의사들의 인증글이 SNS에서 잇따랐다(왼쪽). 스팸 전화번호 정보 제공 사이트 '더콜'엔 해당 전화번호 검색 페이지에 자신을 의사라고 밝히고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이 수십건 달렸다(오른쪽).<페이스북 제보 사진 갈무리·'더콜' 웹사이트 특정 전화번호 페이지 댓글 갈무리>
15일 오전 9시 27~29분 사이 전국 14만여명에 이르는 의사 면허 소지자들에게 동일한 내용의 광고성 문자를 발송한 인물의 소속 업체인 광고대행사 OO기획은 당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표이사 사과문을 게재했다. 다만 당초 "타 공기관은 이번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으며, 연관이 있을 시 회사를 폐업하도록 하겠습니다"란 문장(빨간색 표시)이 포함되지 않았다가 현재는 추가된 버전의 사과문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의사 개인정보를 취득한 주체는 보건복지부 아니면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뿐이란 점에서 의사들이 제기한 복지부 연루 의혹을 해당 업체가 선제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페이스북 게재 사진·OO기획 홈페이지 게재 사과문 직접 갈무리>

대통령실·보건복지부 주도로 의정(醫政)충돌이 고조되는 와중, 사실상 14만여명 의사 면허 소지자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스팸 광고문자가 발송돼 논란이 일고 있다.

2012년 5월~2014년 4월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흉부외과 전문의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들은 단 한명도 빠짐없이 광고 스팸을 받았다"며 "임상진료를 하는 의사들만 받은 게 아니라 수십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임상진료를 전혀 하지 않는 분들도 일제히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27~29분 무렵 동일한 휴대전화 번호로부터 "안녕하세요. 일전에 마케팅 문의 주셔서 문자드립니다. 통화 가능하실때 전화주세요 :D"라는 내용의 'Web발신' 문자를 받았다는 현역 의사들의 인증글이 SNS에서 잇따랐다. '전공의 행정명령을 위해 개인정보 취합하다가 의사 전체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신고 후 수사해서 진위를 가려야 한다', '잘 간수해서 (관가가 있는) 세종시 쪽으로 단체소송이 있으면 활용하겠다'는 취지의 주장들도 있었다. 문자 발송 주체는 광고대행사 직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OO기획'은 주로 성형외과·피부과·한의원과 기타 병의원 마케팅 실적을 내왔다. 본사가 서울 강남구, 지사는 정부세종2청사 인근에 있다.

광고, 보이스피싱 등 스팸 전화번호 정보 제공 웹사이트 '더콜'에선 해당 번호가 '마케팅 광고' 스팸 번호로 등록됐다. 더콜에서 해당 번호에 남겨진 댓글에 따르면 "받으면 의사 인증?" "복지부에서 다같이 털린 것 같다", "나는 전공의가 아닌데 왜", "의새(의사 비하·자조 표현) 신고", "이거 소송 못 거냐" 등 절대다수가 현역 의사로 보인다.

업체는 이날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내 "금일 문자 발송을 받으신 불특정 다수의 분들과 의료업계 관계자 분들께 사회의 말씀을 올린다"며 "영업 사원분께서 잘못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해 영업사원 개인 전화번호로 문자를 발송을 했다"고 밝혔다. "해당 당사자는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며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할 것이라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재화·서비스를 호보하기 위해 개인정보 처리 동의를 받으려는 때엔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정보통신망법 50조와 76조 등에 따르면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자 전송하려면 그 수신자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고 위반 시 3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전화번호 유출 경위에 관해 노환규 원장은 "전체 의사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둘 뿐"이라며 "둘 중 한 곳에서 유출됐거나 누군가(제3자가) 고의로 유출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며 "10만명 넘는 의사들에게 스팸을 보낸 후 개인전화로 응대를 할 생각이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송비만 수백만원 들었을텐데 직원이 임의로 결제할 수 있었나. 왜 업체 소재지가 하필 세종시 복지부 바로 옆인가. 작은 광고대행사 일개 직원이 대한민국 모든 의사 개인정보에 어떻게 접근했을까"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일단 복지부는 어진동 정부세종청사(1청사), 해당 업체는 나성동 소재 2청사 인근으로 2km여 떨어져 있다.

이날 의료계 매체 '청년의사' 보도에 따르면 복지부 측은 "상황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 한편 OO기획의 사과문은 '2가지 버전'이 눈에 띈다. 당초 알려진 사과문엔 없었지만, "타 공기관은 이번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으며, 연관이 있을 시 회사를 폐업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복지부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이 추가돼 홈페이지에 갱신됐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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